민족문화대학 설립위원회 대표 백기완 선생님

민족문화대학? 너도 나도 ‘세계화’를 외치는 요즘 ‘민족문화’라는 말은 다소 반동(?)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백기완선생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고 그 사이에 자리잡은게 뭔줄 알아? 바로 패배감과 허무주의야. 그동안의 변혁운동은 잘못된 실천이고 진보운도의 역사는 좌절의 역사가 돼 버린거지”이러한 좌절감을 조금씩 극복해 내기 위한 움직임이 바로 민족문화대학설립의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대학이 졸업장과 취업만을 위한 ‘기능인’양성의 역할에만 치우쳐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의 전진이 역사의 진보라 생각하지만 사람이 대상으로만 남아있는 현실을 보자구, 진보란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거야”라며 진보를 위해 현실에 대해 서로 연구·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천적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쯤 되면 민족문화대학에서 ‘과연 뭘 가르칠지’가 궁금해진다.

설명을 들어보니 일반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좌가 태반이다.

통일문학. 굿. 우리 민요와 악기. 다큐멘터리 이론. 노동운동사. 경제철학 등 문학에서 노동, 철학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아직 예정 강좌이긴 하지만 2천년 정규4년제 소형대학 설립을 목표로 올해 8.15부터 예비 기초강좌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민족문화대학 설립 움직임은 95년 대학설립규제 완화로 ‘미니 ’대학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문제 등 어려움을 겪다가 본격적인 것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사실 민족문화대학의 시작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백기완 선생은 “69년도부터 장준하. 김지하 선생과 함께 ‘민족학교운동’을 시작했지. 그러나 당시 이운동은 원래의 목적보다 박정희정권에 대한 ‘반독재투쟁’으로 연결시키면서 그 본래 취지가 약해졌어”라고 말한다.

이렇게 30여년 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를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펼쳐보이려 해도 넘어야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거대자본’이 아닌 노동자를 비롯한 양심적인 시민들의 자금에 의해 세위지는 대학’이란 점에서 자원이라는 예산이 아직은 큰 부담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달에 1만원씩 대학건설을 위해 설립회원과 추진위원 모집이 시급한 문제라고 한다.

아직도 민족문화대학이 현실로 오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쪼매난 태풍의 눈이 발칵 바다를 일으키듯’패배보다 희망을 더 힘주어 말하는 백기완선생의 모습에서 민족문화대학의 작은 시작이 사회에 변화의 큰 파도를 일으킬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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