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천동·신길동·노원동 재개발 지역 등지에서 철거용역반원들에 의해 폭력적인 강제철거가 이뤄져 문제가 되고 있다.

판자촌 등 오래된 건물을 새 아프트로 단장, 생활 수준을 높이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려는 취지로 시작된 재개발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처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가옥주나 가입자 모두 살 집을 잃어버리는 등의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방화등은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합동재개발·건축·주거환경개선 등 10여가지의 재개발 사업 중 합동재개발이 80∼9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합동재개발 사업의 경우 국가와 관청의 허가로 지역이 선정되고 그 지역의 가옥주들을 중심으로 조합이 형성된 후 철거는 용역회사에서, 건설은 건설회사에서 맡아 관과 조합·건설회사 3자 합동으로 이뤄진다.

재개발 과정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옥주들의 경우, 재개발 사업의 조합원이 돼 자산을 팔아 조하에 제공하고 사업이 완성되면 지분을 받아 그에 맞는 아파트로 들어가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5∼6년 걸리는 재개발사업과정에서 물가의 인상 등으로 인한 재산손실은 보상받지 못하고 결국에는 주민의 10%정도만이 아파트로 들어가게 된다.

세입자 또한 법적으로는 재개발법 4조 1항에‘가수용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과 건설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철거 중에 철거용역을 동원,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상당하다.

용산구 산천동의 경우 지난 3월24일 철거용역반원들이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영자씨의 가족을 집단구타하고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남편 김연철씨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어 영등포구 신길동 재개발 지역은 올 4월 철거용역반원이 상주한 이후 거주밀집지역에서 10여차례의 바방화사건이 발생, 급기야 4월5일에는 지역주민 박형근씨가 철거용역반원들에게 폭행당해 현재 입원 중이다.

또한 최근에 철거가 시작된 서울시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지구는 서울철거민연합회(서철연) 주최로 개발설명회를 하는 도중, 서철연 의장 이태교씨가 50여명의 철거용역반원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신길동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설제구씬느“건설회사나 구청은 가수용 단지를 지을 경우 가수용단지 설치비용과 임대권을 보장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그 지역 세입자들의 투쟁이나 반발정도에 따라 가수용단지 존폐여부가 달라지는 등 뚜렷한 기준없는 임기응변식의 행정이 난무한다.

결국 이렇게 가수용단지를 얻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들은 경기도 지역 비닐하우스나 외곽 쪽으로 빠져 주거환경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되는 악순환을 극복하고 철거민드레게 거주권을 주기 위한 유일한 행정적 대안으로는 신림 10동의 경우처럼 한 장소를 개발하는 동안 주민들을 옆의 다른 장소에 살게 하고 개발이 끝난 후 들어와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순환식 개발방법’을 들 수 있다.

이에 전국철거민연합 대외협력국장 최우정씨는“그러나 순환식 개발을 하면 그 재개발을 통해 창출되는 이익금을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거의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현 정부의 재개발 사업 모순점을 비판한다.

이처럼 폭력적인 철거가 자행되고 원거주민 모두에게 피해만 돌아가는 철거 문제는 그 근본적인 원인과 더불어 여러가지 가시적인 문제를 갖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 대채깅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개발 과정에서의 제도적 모순은 ‘주거권’의 개념이 도외시 되고 단지 재개발을 담당하는 기업이나 관의 돈벌이 식으로 전락하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임기응변식 반응을 고려해 투쟁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받고 가수용주택단지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폭력적인 철거 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다리뻗고 잘 수 있는 집’을 갖도록 하는 일은 국가와 법이 보장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거주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 가까이는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부터 크게는 투쟁과 함께 법적인 보장 요구까지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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