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당건설계획 발표를 통해본 진보정당의 방향성 모색

금년초 노동자 총파업투쟁 과정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중심체로 부상한 민주노총(민노총)이 지난 3월27일(목) 임시대의원대회에서 98~99년 안으로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개혁정당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민조총 정당론과 관련 민조통 중앙정치위원장은 “자유주의·사회주의를 막론하고 각각 장점이 존재한다면 과감히 접목시킬 것이므로 새 정당의 이념은 서구식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울것”으로 밝히고 있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중진영의 정당건설 세력들은 한결같이 진보정당건설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실천단을 조직하는 수준인 민노총의 대선방침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대선에서 민중진영은 보수정당들의 경쟁판에서 진보정당건설을 준비하는 예비정치세력으로 부상하는 정도로 그치고자 한다.

또한 민주주의 민족통일적국연합(전국연합)내부에서 독자후보론 여부에 대한 대선방침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지역·계층연합 등을 주장하는 김대중 비판적 지지세력과 김대중-김종필연합에 반대하는 신민주연합 주류 등 여러 의견이 분분하며 전국연합내부자체에서도 제3후보론에 동의하는 의견이 생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연합이 어떤 대선방침을 정하든 관계없이 정당에 관한한 노동자·민중의 사회변혁적 이념을 담는다기보다 기존의 보수정당보다 조금 진전된 민주개혁과 민족통일을 중시하는 이념정도에 그칠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국연합내에서는 최근 ‘현대적 국민정당론’이 주장돼 왔으며 민주노총의 정당건설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또하나의 정당건설 유형으로 과거 진보적 대중정당의 건설경험을 기반으로 민중진영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꾸준히 주장해 온 ‘진보정당건설론’이 존재한다.

이를 추진해온 정치세력진영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때 전국연합의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에 맞서 민중독자후보를 추대하고 실천한 세력들이 그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금 이들은 노동정치연대, 노동자 중신의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등 여러 정치조직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보수정당과 구별되는 ‘진보정당’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진보정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강(정당이 공약하는 정책의 대강)으로 하는 정당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먼저 그 동안의 독재정치를 청산코자 하는 민주 수호를 위한 노선을 수립하며 실천사안으로 이를 제한하는 모든 법률과 제도, 그리고 기구들을 폐지하는 것을 정강으로 해야 할 것이다.

남한의 역대 독재 정권은 자유민주적 체제와 질서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대표적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최소한의 사상·양심의 자유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당연히 허용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제한해 왔다.

이에 대해 지금의 보수정당들도 그럴듯하게 자유민주적 정강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현 대통령처럼 집권수 이전과 달리 독재권력의 안보를 위해 계속 반민주적 악법들을 존속시킬 뿐 아니라 더욱 개악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이라면 헌법상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이를 집행하는 국가기구인 안전기획부를 폐지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정당이라야 한다.

둘째, 경제구조상에서는 독점재벌을 해체시키는 정책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정의와 사회복지정책을 강조하는 경제적 민주주의는 정부의 불공정가격 규제 등을 통해 독점의 폐해를 줄이는 동시에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혜택을 보장하며 노동3권의 인정과 노사관계의 안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보수정당들도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여타 시민운동단체들처럼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재벌해체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보다 발전적 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가로막는 주범은 현재 고용불안·경기침체를 심화시키며 불법비리·부정부패로 타락한 사회를 만드는 독점재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의 진보정당은 독점재벌해체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개혁을 그 정강으로 채택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한의 진보정당은 남북통일노선에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보적 민족통일노선은 먼저 남북한간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의한 한반도 통일방향을 제시하는 7·4남북 공동성명의 저인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긴장과 불안이 끊이지 않는 한반도에서 진보정당은 노동자·민중이 주도하는 통일원칙을 노선으로 택하는 동시에 보구정당들의 분단 고착화에 반대하는 주요 정책으로 국방비들액 반대·남북 평화 조약 추진·평화통일협상 등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진보정당은 민주노총·전국연합 등에서 주장하는 정당의 사회개혁수준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사회체제에 대한 개혁이념과 실천사안을 중점으로 하는 정당이라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윌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해 온 정치단체들을 올바른 진보정당추진세력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중진영의 정치세력화는 기존 보수정당들에게는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들 세력의 활동은 매우 제약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갈망하는 노동자·민중의 끊임없는 연대의 움직인의 결과로서 진보정당은 건설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