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을군 사망을 통해 본 학생운동 흐름 점검

20일 조선대 류재을군이 시위 도중 사망한 가운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28일(금)∼29일(토) 연세대 고 노수석군 1주기를 추모하고 학생운동(학운)진영을 탄압하는 정권규탄 총궐기를 여는 등 학운진영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민생파탄, 비리정권, 강경진압 규탄 및 애국학생 고 류재을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 류재을군이 경찰의 강경 과잉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규정하고 기자회견과 시민대회를 열어 류재을군 사망 진상에 대해 알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류재을군의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단행하려는 경찰측과 류재을군 아버지의 입장대립으로 인해 부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밝혀지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대·전남대 등 전남지역 대학과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 대학에서는 정권의 강경진압을 규탄하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내용의 집회를 계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번 류재을군 사망에 대해 한총련 대변인 정영훈군(한양대 총학생회장·4)은 “노수석군이 정부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던 1년전과 비교해, 현재 한보비리나 학원 자치권 침해 등 사회전반적으로 모순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명의 학우를 잃게 됐다’며“이는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사회모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을 하는 단적인 예”라고 판단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총련은 24일(월)∼25일(화) 각 학교별로 ‘김영삼 정권 불신임 및 임기내 퇴진을 촉구하는 동맹휴업을 위한 한총련 백만학도 총투표’를 실시하고, 28일(금)∼29일(토) 한총련 총궐기를 진행했다.

그런데 한총련 차원에서 진행된 총궐기 28일(금) 연세대에서 열렸던 노수석군 1주기 추모제는 경찰의 원천봉쇄 등으로 인해 진행에 많은 차징를 빚었다.

특히 부산대 26명등 총궐기 진행과정에서 연행자가 속출했다.

한쳔 총투표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저조해 동맹휴업은 무산됐다.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저조에 대해 류재을군 사망이 지역적 특성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면화 되지 못하고, 총투표 등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돼 학내 여론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이번 총투표·총궐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운동흐름이 열사투쟁과 정치투쟁으로 급하게 연결지어져 기존 투쟁방식의 문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총궐기·총투표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돼 정작 여론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학운진영이 류재을군 사망과 한총련 총궐기 과정에서 벌어진 정권의 탄압을 학운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하며,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투쟁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우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문대 학생회장 김선영양(국문·4)은“학우대중들이 피부로 쉽게 느낄 수 있는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학원 자치권 탄압 등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작업들이 대중성에 대한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학운진영들이 중점화 시키고 있는 사회모순을 결부시켜 학생들에게 알려 내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것”라고 말했다.

이번 류재을군 죽음은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 있었다는 점에서 작년 노수석군 사망과 상황적으로 유사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권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작년과는 달리 ‘쟁점’에만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단지 쟁점을 통한 반짝 투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사회의 모순을 변혁시키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의 제약과 탄압을 막아낸다면 학운이 진정 학생들과 함꼐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진보적인 물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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