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방음벽, 물방울이 떨어지는 욕조..그 안에서 길을 두 가지 였어요. 간첩으로 몰려 세상에 나오던가, 아니면 거기서 죽던가. 옛날 그 곳에 서 소리소문 없이 죽어갓던 사람들 생각이 나기도 하고, 제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택할 수 잇는 방법은 분신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12월5일 후배집에 들었다가, 수배중인 경인총련 직무대행 이재규씨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안기부 직원에게 끌려간 김형찬군(경희대 유전공·4). 그 일이 있은지 3개월이 지나 23일(일)에는 안기부법개정 반대와 자신의 쾌유를 위한 문화제가 열리지만 그는 그때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당시 이재규의 구속영장을 들이대며 그를 파출소로 연행한 안기부 직원들이 ‘이재규 맞네’라고 말한 이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2시간 동안의 구타였다.

신분증을 제시하며 본적까지 확인햇지만 그 자시에 ‘김형찬’이란 사람은 없었다.

“이재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제 과거 시위경력을 꼬투리로 잡더군요. 폭행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묵비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대공 분실로 가면 죽을테니 여기서 불라’며 ‘간첩이 아니냐,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았느냐’라고 계속 추궁햇어요”그 과정에서 안기부 수사원들은 김군이 보지도 못한 문건을 ‘후배 방에서 나온 증거문서’라며 내보이고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김형찬군은 자신이 잡혀간 시기가 안기부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기 전이었다는 점을 들며 이같은 ‘간첩 만들기’는 아기부법 개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건수’였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이 일로 인해 3도 화상을 입었고 계속적인 피부이식 수술로 너무 오랫동안 병상에 잇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군의 육체적 고통에 대한 원인 제공자인 안기부쪽에서는 ‘연행과정이 합법적이었다’며 ‘이재규가 아닌 김형찬을 잡으려 한것’이라고 말을 돌리고 있다는데. “참 어이가 없어요. 그래도 요즘 안기부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안기부법 개악 반대 시위나 이와관련한 서명운동, 그리고 교수님들의 성명서발표가 계속돼 힘이 돼요”라고 말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있게 말한다.

기자가 김형찬군을 만나기 전날 잇엇던 안기부법 국회 공청회 자리에서 한 안기부법 지지론자는 잘라 말햇다.

“국가안보를 위한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다”라고. 그러나 국민 개인의 인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법이라면,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 우리는 반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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