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학원침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총련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공안당국이 대학내 운동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본인 후 지난 8월 말 대대적으로 전국 25개 대학이 일제히 공권력에 의해 압수수색당했다.

그 후 경찰과 전투경찰(전경)이 학내로 진입하는 횟수가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자유로운 공간’이라는 대학의 이미지가 퇴색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속에 11월12일(화) 새벽 4시경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경찰이 학생 38명을 불법연행하는 과정 중 윤경삼군(정외·1)이 움직이는 전경버스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총학생회 연대사업장 이보균군(법학·4)은“경찰과 전경들이 들이닥쳐 학생들에게 불법적으로 영장제시없이 구타하며 폭력연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학교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려대 학생처 관계자가 밝혔듯이“성북경찰서에 ‘학생이 다치고 학교내 기물파손등 불상사가 없도록 법을 집행해도 절차에 맞게 하라’는 항의공문을 보낸”정도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교들 입장은 정권이 공안정국 조성의 일환으로 행하는 학생탄압에 굳이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가급적 제3자로써 사건이 크게 번지는 것만 작자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 사건을 맡았던 성북경찰서 보안 2계 담당자는“한총련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새벽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학생들의‘불법연행’주장에 대해서는“학생들을 연행하기 위한 영장은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즉각적인 신원확인이 불가능해 경찰서에서 신원 확인 후 귀가조치 하려고 임의동행을 요구했던 것 뿐”이라 말했다.

고려대의 경우 한총련 사무실이 있는 학생회관은 현재 4차례나 침탈을 당했으며 수배자를 잡겠다는 명목이라면 언제든지 침탈당할 위험이 있다.

이처럼 학생과 학교측, 그리고 경찰입장이 제각각인 가운데 대학사회는‘여차하면 공권력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전락’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측은 사후유감을 표시하며 학생을 연행해가더라도 별다른 물의만 일으키지 말라는 입장이고 경찰측은 공무집행이었을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검찰의 수색영장이 과다하게 발부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인 상황속에서 대학은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학생들이 몇 번‘규탄집회’를 개최하는 정도의 대응으로는 경찰들의 학교난입을 막기에 역부족인 측면이 많고 더구나 요즘 각 학교의 선거시기와 맞물려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11월 초 경북대에서 전경의 대강당 난입사건 이후‘대학’이 어떤 공간인가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있었다.

대학 캠퍼스가 공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상황을 일부 운동권들이‘끌어들였다’고 보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대학은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학문추구의 장소임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문에만 매몰되는 것뿐 아니라 지성인의‘사회적인 실천의 의무’도 담보해야 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누르기 위해 공권력을 빙자한 폭력이 법의 집행이라는 명분으로 학교공간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사복경찰들에 의한‘학내 사찰’도 자주 행해지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학원영역 침범’으로 분노하고 대응하는 움직임 역시 저조하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형사차가 교내에 자주 돌아다니고 정·사복 경찰이 학내 게시물을 임의로 떼어내는 행위에 대해 학내 자율권침해라고 강력한 항의를 해 결국 관할경찰서의 사과를 받아냈다.

이러한 적극적 움직임에 대해 서울대 총학생회 투쟁국장 황종덕군(노문·4)은“보편적 자율권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업무없이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 등은 공무집행법에도 위반되는것”이라며“대학교가 치외법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내 자치권이 보장되고 경찰병력이 동원될 때도 주요한 협의 통로로써 학생회가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황군은“잦은 학원침탈을 학생들이 단순히 일상적인 공무집행이라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충분한 사회적 동의없이 법인체인 학교에 대한 공권력의 불법침입이 부당함을 학내외적으로 알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90년 이전에는‘대학=해방구’라는 인식으로 경찰들의 학내진입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공무 집행이라는 미명아래 대학의 자율성개념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 문제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본질을 ‘자유로움’이라고 할 때 그 근본을 위협하는 공권력의 과잉폭력에 대해서는 분노와 저항이 필요하다.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개인적 불만과 분노를 넘어 자율적인 공간을 지키려는 커다란 한 목소리를 낼때 우리의 공간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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