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이란 인권유린 중 최악의 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폭넓게 나가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가장 포악하고 잔인하게 짓누르는 인류와 평화를 상대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잇다.

하지만 고문이란 누군가를 죽도록 구타하거나 도구를 사용하여 괴롭히는 끔찍하지만 단순한 한 인간의 범죄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방법과 모습을 갖고 제도 속에서 체계적인으로 자행되고 자리잡고 있는 국가의 책임으로서 박종철 고문사건을 비롯하여 우리 역사 속의 많은 비극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얼굴과 형태를 가진 고문의 현실을 너무나도 뚜렷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이런 비극이 우리 과거만의 현상으로서 잊혀져가며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인식된다면 이는 너무도 큰 환상일 것이다.

이러한 계속되는 세계의 고문문제를 다루고 방지하기 위하여 유엔총회는 국제인권보장제도 중 1984년 ‘고문 기타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 금지협약(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하였다.

국제적인 인권보장제도란 개인또는 집단의 보편적인 인권을 국경을 넘어서 보호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하며 세계의 인권상황을 향상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국제적 인권보장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1984년에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으로서 유엔 헌장에 규정한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인권기준에 대한 문건이다.

그것을 1966년에 조약한 두 개의 국제인권규약이 바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이다.

이외에도 여러가지의 조약이 주제별로 있는데, 그중 ‘어느 누구도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을 받아서는 아니된다’라는 세계인권선언 제5조의 정신을 담은 것이 바로 고문방지협약이다.

위와 같은 규약 또는 협약은 정부가 비준할 경우 ‘조약’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한국은 1990년에 A,B규약의 가입을 비준하였고 고문방지협약은 1995년 1월9일에 정식으로 가입하여 2월8일부터 발효됨으로써 가입국의 의무에 따라 한국정부의 첫보고서는 고문방지협약을 관할하는 유엔 총회 산하의 고문방지위원회에 올해 2월에 제출됐다.

고문 및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문방지 위원회는 1년에 두 번,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개최한다.

11우러11일(월)~22일(금) 열리는 올해 두 번째 회의인 제17차 고문방지위원회에서는 한국이 최초로 위원회의 심의와 검토를 받게 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전국연합 인권위원회·민주화 실천 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인권운동사랑방 등을 포함한 국내 10개 인권단체의 협의체인 ‘한국인권단체협의회(인권협)’와 인도주의 실천의사 협의회(인의협)는 정부 보고서를 상대로 ‘민간단체 반박보고서’를 4월부터 준비한 결과, 10월작성을 마쳐 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보고서는 현 정권이 이른바 ‘문민정부’라고 자칭하며 과거 독재정권과의 차이를 강조하는데에 초점을 두면서 ‘문민정부’하에서는 고문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잇다.

한국 헌법은 물론 국내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조항 및 규율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정부 보고서는 검찰과 법무부, 경찰, 안기부 내지는 교도소/구치소와 같은 정부기관들은 관련된 법조항을 통해 충분히 고문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국제사면위원회와 같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유엔이사회, 유엔인권위원회, 유엔국제노동기구 등으로부터 수차례 폐지할 것을 권고받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보고서는 한반도의 ‘특수한’상황을 강조하며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는 국가 보안법과 같은 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더불어 정부는 고문방지는 물론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법정대응 절차를 서술하며 정부보고서는 고문죄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도 자신있게 보고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정부보고서는 법조항을 바탕으로한 법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형식적인 사실에 불과하고 현실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국내 민간단체의 반박보고서는 국가 보안법과 같은 법, 제도적 관행을 비판하며 올해 한총련 사건에서 드러난 여러차례의 인권침해 및 가혹행위, 잠 안재우기, 구타 등을 바탕으로 하는 고문수사 관행 등의 여러 실제 상황을 기재하며 한국의 현실을 보고한다.

또한 그 어떠한 ‘특수한’상황에서도 고문 및 기타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을 금지하는 고문방지협약 제4조 2항에 따라 정부보고서의 안보논리는 모순이라는 점을 제기하고 잇다.

그리고 고문범죄에 대한 대응 또는 방지에 빠질 수 없는 것으로서 고문범죄에 대한 대응 또는 방지에 빠질 수 없는 것으로서 고문범죄의 처벌·진상규명, 그리고 피해자 치료와 보상문제를 집중 거론한다.

현 정부가 진실로 ‘문민정부’라면 과거 독재 정권하에 자행됐던 수많은 고문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고 고문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물론 현재까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구금됐거나 고문후유증으로 앓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심의에는 한국정부대표단·인권협대표단은 물론 국제사면위원회·미국인권단체, 제네바의 고문방지단체 등 세계 인권단체들의 한국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되는 가운데 국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과 우리나라 고문문제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앞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올바르게 인식되는, 인권이 진정으로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고민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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