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국보법 제7조 합헌결정 관련

헌법재판소는 4일(금) 현행 국가 보안법(국보법) 제7조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합헌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구 국보법 제7조가 지난 91년 5월 31일 개정되면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새로이 추가됨으로써 법을 확대해석할 위험이 거의 제거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놓쳐서는 알될 것은 법을 확대해석할 위헌이 ‘거의’제거됐다라는 독특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도 위헌의 여지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시인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렇다면 과거 90년 4월 구 국보법 제7조에 대하여 한정합헌 결정을 내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한정합헌 결정을 내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남북간 대치를 다시 거론하며 완전합헌 결정을 내린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합헌 결정의 부당성에 관하여 조목조목 반박하자면 한정된 지면이 턱없이 부족할 터이므로 어기서는 국보법 제7조를 확대해석할 위험성이 거의 제거됐다는 개판관들의 판단이 과연 실제 법 적요 ㅇ상황을 제대로 정확하게 바라본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93년 3월 변호사로서 첫 발을 들여논 이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걸린 병 중의 하나가 바고 국보법 무감각증이다.

국보법 위반 사건이 너무 흔해 생긴 병이다.

과거 대학시절-지금은 국보법의 보호 이익인 국가의 존립·안정과 헌정질서를 해쳤다는 반란죄 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전두환씨와 노태우씨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었다- 이른바 운동권에게 있어서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사건으로 국가안보의 절대적 사명을 띠고 운동권에 빨간 색칠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던 공안 당국에서 실제로 국보법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문민정부라고 자처하는 김영삼정권이 들어선 이래 국보법 위반 사범의 수는 날로 폭증하고 있으며 전두환·노태우 정권시절에 구속된 사람의 수를 넘긴 지는 이미 오래이다.

왜 그렇게 갑자기 체제전복세력이 늘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해 연구해 보고자 한다면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거리가 멀다.

80년대에는 국보법 근처에도 가지 못할 마구잡이식의 사건들이다.

과거 중세 서양에서 횡행했던 마녀재판을 방불케 한다.

변한게 있다면 재판결과 내려진 양형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되면 제1심에서는 거의실형 선고가 내려졌도 항소심에 올라가서야 전과가 없다면 겨우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보법 제7조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경우 전과가 없다면 제 1심에서 대부분 집행유예 한결을 받고 풀려난다.

이는 대법원 국정감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지난 8월말까지 이른바 공안관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백91명 가운데 1심 실형선고율은 16.8%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또한 법원이 실현성고가 아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여 검사가 항소하였다는 말은 이제는 들어보기도 힘들 정도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이와 샅이 국보법 제 7조를 남용하는 검찰과 경찰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무죄판결은 여전히 극소수라는 점이다.

검사나 판사들입장에서도 경찰청 공안과에서 올린 사건을 바라보며 이 정도를 가지고 과연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되나 생각하면서도 결코 무죄는 안된다는 식이다.

검사와 판사들 또한 나름대로의 국보법 무감각증에 걸려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제는 국보법 제7조 위반 사건에 대하여는 형식적인 절차만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일단 구속된 이상 법원이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을 통해 석방해 주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이는 정말 실수로 잘못 잡혀온 사람들이다.

변호인이 아무리 법정에서 피고인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할 목적으로 활동한 것은 결코 아니며 피고인이 취득·소지한 표현물 가운데 우리 헌정질서와 국가 체제를 전복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떠들어 봐야 공염불이다.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정말 듣기 좋은 소리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국보법위반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담당하면서공소사실이 숫보법 제7조에 국한되어 있으면 변호인으로서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으로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해 줄 말은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은…”이라는 말 이외에는 없다.

그렇다.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헌재의 이번 판결 등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

이제 더이상 국보법 제7조를 놓고 죄형법정주의,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보장,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등등 헌법 원리를 거론하면서 위헌 운운 따진다는 것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남비다.

국보법이 폐지되는 것만이 유인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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