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정부는 용산미군기지터에 ‘용산민족공원’을 건설하기 위해 96년도가지 기지이전을 하기로 했음에도 미군이 기지이전 비용과 장소를 한국측이 모두 전담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하자 사실상 이전을 거부하고 잇는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들어 시민운동단체에서는 *기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용산 뿐만이 아닌 다른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공청회·서명·선전작업을 통해 ‘철수’나 ‘이전’이 아닌 ‘미군기지 되찾기’운동을 벌여 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일본·필리핀 등 미국이 주둔한 여러 국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9일(월) 오키나와현에서 미군기지의 정리 및 축소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투표가 실시왜 유효투표수의 *%가 이를 찬성했다.

또한 13일(금) 일본정부는 미군용지의 강제사용을 위한 결정절차를 거부해온 오키나와현에 미군기지 정리 축소를 확실하게 약속했다.

그러나 오키나와현이 관·민이 하나가 돼 임대 계약 갱신을 요구한 일본정부에 맞선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미군범죄가 *만을 넘어서도, 미군에 기지이전을 요구해도 미군이 ‘허락하지 않는 한’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일본과 미국에서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사회 파급 정도가 다른 이유는 조인한 협정의 *위, 미군이 주둔하는 형식, 미군부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차이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미군이 합법적으로 주둔하기 시작한 것은 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부터이며 이 조약은 불평등 조약인 한미행정협정(한미행협)의 근*이 된다.

전국연합 최홍재씨는 “해방 후 무작위적인 토지징발로 이뤄진 미군 용지는 한미행협에 의해 정당화된다”며 “45년 미국이 무상으로 접수한 일본군시설과 구역이 협의절차 없이 미군기지와 시설로 인정돼 임대료조차 납부하지 않는 ‘무기한’임대 형식으로 남아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5년이나 10년의 기지임대기간을 정해 놓고 임대료를 받는 반면 30억 달러씩 지원해 가며 미군기지를 ‘빌려주는’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 미군기지의 75%를 차지하는 오키나와 미군기지 역시 현주민들의 땅을 임대하는 형식이어서 땅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가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불평등한 조약하의 임대구조 속에서 미군기지가 주둔해 입는 피해는 상당하다.

첫째, 쉽게 떠올리는 기지촌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군기지 대부분이 도시 한복판에 존재해 도시가 기형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지 확장으로 보상도 거의 받지 못하고 쫓겨난 주민들의 피해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며 지난 3월 문제가 됐던 쇠목마을 공여지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기지내에서 폐수를 불법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 사무국장 조개학씨는 “한미행협 4조에서 ‘미합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때 원상태로 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교 규정해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 회복의 의무를 면제해 줬고 미국측은 정화시설 설치에 따른 비용(1천 2백만 달러)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잇다”고 말했다.

셋째, 미군기지안의 한국 노동자들이 ‘주한미군 노동조합’에 속해있긴하나 노동 3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미군기지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국내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으나 초청계약자(미군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미국사회)의 경우 대한민국법령의 적용으로부터 면제되기 때문에 한국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불평등한 한미행협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애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전국연합 미군기지 대책위 위원장 김용한씨는 “한미행협개정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나 법개정만 바래서는 안된다”며 “이운동이 시작된 93년에는 한 번의 공청회가 열린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13개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시장이나 구청장 등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운동을 계속해 나간다면 한미행협 개정에 대해 주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기지 문제는 단지 기지주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순을 느끼는 동시대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미군을 ‘전쟁의 은인’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또한 ‘양키 고 홈’만 외치던 시대도 지나갔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순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더 큰 연대를 위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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