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설을 진단한다

때아닌 ‘경제위기설’이 몰아치면서‘임금 총액 동결’이니 ‘거품빼기’인원감축이나 하며 노동자 계급에 대한 자본의 공격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

자본측은 ‘경제위기’임을 전제하면서 그 주요 원인이 생상에서의 고비용,특히 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임금 인상율과 고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임금억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향에서의 대응책을 구체화한 것이 지난 6일(금)에 전경련 주도 하에 30대 기업 그룹의 기획조정실장들이 결정한‘임금 총액 동결’방침이다.

‘경제위기’를 빌미 삼아 재계는 노동자들에게‘임금동결▶고용유지’와‘임금인상▶고용불안’가운데의 택일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상황은 과연 현재의 상황은‘경제위기’인가? 자본과 정부 그리고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제도 언론 매체들은 수출 증가율의 감소 내지 수출 자체의 감소에 따른‘국제수지 적자’의 급격한 확대 및 누중,연율7%대의 성장에서 6%대 성장으로의 국민총생산 증대율의 감소 정도를‘위기설’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본래‘경제위기’란 무엇인가?그것은 전반적 과잉생산의 결과로 국민경제가 축소재생산되면서 정치·경제·사회적인 패닉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국민경제의 6%대의 성장을 전망하면서 동시에 ‘경제위기’를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모순이다.

‘위기’라는 주장을 유지하려면 6%대의 성장이라는 국민경제의 통계와 그에 기초한 전망이 허위라고 선언하든지 아니면‘위기설’을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실제 국민경제의 통계에는 예컨대 금융 서비스 등등 물질적 생산이 아닌 것을 수치화하는 등의 과장과 부풀림이 있다.

또 시장 상황에도 주지하다시피,기억형 반도체·철강·자동차·유화 등 일부 산업에서 재고의 누적,세계 시장가격의 폭락 등 부분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로인한 몇몇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들에 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들어 국민경제 일반의 위기라고 하기에는 아직 금거가 부족하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국제수지 적자의 확대와 누중을 ‘위기’의 중표로 들 수는 없다.

매년 천억 달러 잉상의 수지적자를 계속하면서도 수조 달러의 수지적자를 누적하고 있는 미국의 현재상태와 내년의 경제전망은 호황인데 반해서, 매년 천억달러 내외의 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 91년 이후 수년간 위기적 상황에 있었고,아직도 완전히 그 수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하고 싶다.

논의의 진행을 위해서 현 상태를‘위기’라고 가정할지라고, 그 원인이 ‘고임금’혹은‘고율의 임금인상’에 있다는 이른바‘경제위기▶고임금▶노동자 책임론’은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의 선전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 매체를 통해서 ‘한국의 임금은 선진국보다도 높다’고 외쳐대는 데 마고기는 아예 반론의 가치도 없을 정도이다.

ILO의「노동통계연감」에 기초해 시간당 평균 임금이 여러 부분에서 한국과 비교되는 싱가폴이나 대만 등과 수평 비교해 보아도 한국이 $4.84임에 비해서 대만은%5.34,싱가폴은 $5.37이다.

(92년 현재) 자본과 정부·언론 등은 또 ‘경제위기’의 원인으로‘생산성 증가율을 넘는 임금인상율’을 들고 있으나 이와 같은 이른바 ‘생산성 임금론’은 자본주의 국민경제으 지속적 성장을 보증하는 임금 인상율로 ‘생산성 증가율 내에서의 임금 인상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임금의 끊임없는 절하를 은폐하려는 논리 조작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자. 인플레이션, 즉 현대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에 대한‘총자본=국가’의 한 대응으로서의 통화 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생산성이 상승하는 만큼 상품의 가격은 떨어질 것이므로 이 때에는 명목임금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생산성의 상승율에 비례하여 올라간다.

이것이 생산성과 임금의 관계이다.

게다가 생산성의 상승율만큼 임금을 인상한다?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엄청난 비율로 누적 증가하여 노동자들은 결국 상향소멸(?)하게 된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체의 폐지이다.

한편 자본의 공세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으로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제위기▶재벌책임론’도 진실이 아님은 마찬가지이다.

‘경제위기 재벌 책임론’은‘경제위기 노동자 책임론’에 대응한 일종의 편의주의적 반격인 셈인데,근래 유행하는 상투어를 빌어서 말하자면,그러한 비과학적이고‘편의주의적 대응에는 미래가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위기’는 본성상 노동자에게도 자본가에게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한 자본주의 자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비조응의 표현이다.

최근 일고 있는 ‘경제위기론’은 이렇게 그 근거와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혁명의 성과를 자본주의적으로 이용하는 데에 따른(재)생산과정에서의‘산노동력’의 배제·폐기를 위한 명분을 ‘경제위기’에서 찾는 것인지 모른다.

미국이나 서유럽등에서 격화되어 가고 있는 기술적·구조적·만성적 고율 실업이 이제 우리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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