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개혁을 시도했지만, 지난 5.31 교육개혁안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대단히 컸다.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실천 의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엇고, 교육대통력을 자임한 통치권자의 획기적인 교육개혁 의지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예정보다 늦게 나온 교육개혁안은 열린 교육과 평생교육 체제를 표방하고, 초중고 및 대학의 당면한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종합대책으로 발표돼ㅼㅏ. 개혁안은 그 방향에 있어 암기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다양화 교육’을 도모하고, ‘공급자 편의위주의 교육’에서 ‘소비자 선택의 교육’을 추구하며, ‘규제위주의 교육’에서 ‘자율과 책무성에 바탕을 둔 교육’을 표방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년 2월과 5월에 각각 2차와 3차 교육개혁안을 추가 발표했다.

개혁안 발표이후 만1년이 경과했고 지난 5월7일(화) 제 2기 교육개혁추진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정부는 교육개혁안의 정착 작업과 함께 남은 분야의 구체적 교육안을 구상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개혁안 일부가 이미 시행중이고, 나머지도 내년초까지 시행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해 교육개혁이 계획대로 추진 중에 있음을 알렸다.

최근 시행 첫단계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종합생활기록부는 교과성적의 총점에 따라 등수를 매기는 대신 절대평가를 통해 과목별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고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등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었다.

예상된 학부모의 치마바람이 일기도 전에 입시를 위해 자기 학생의 성적을 올려주려는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너무 쉽게 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어누 교장선생님에 따르면, 현재 학교에서 일선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종합생활기록부를 성실히 기록하기에는 일도학생도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말만 많고 힘든 담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고 걱정했다.

교사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만들고 있는 이 개혁은 중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아직은 혼란과 갈등을 가져오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입시제도의 자율화, 학부제, 대학의 다양화 및 특성화 등 수많은 개혁조치를 요구받고 있지만, 그것이 대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대학인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개혁 실적과 의지를 평가하여 이에 따라 3백억을 선별지원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사립대학들도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에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명문대학들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입시전형을 대학마다 발표하였다.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에 제시한 종합생활기록부의 반영 비율을 의식하며 사립대학들마다 입시전형을 빌표한 것이 점수 올리기식의 시행착오를 가속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또한 대학원 중심대학에 가장 적합한 학부제를 대학 나름의 깊이있는 연구와 준비없이 대학마다 앞을 다투어 실시하였다.

지난 해는 마치 대학간의 경쟁에 살아남으려는 자구책처럼 대학들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새로운 무엇인가를 자기 대학의 특성으로 알리기에 바빴다.

한 대학은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아침 일찍 수업을 시작하여 오후 3시 이전에 다마치겠다고 발표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지난 해에는 교육부가 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평가에 따라 우수대학에 지원할 것 처럼 말하여 왔으나 이를 무효화하고 다시 교육개혁 실적과 의지를 평가하여 재정지원하따는 거싱다.

이번 여름에는 교육부가 교육개혁 엑스포를 계획하고 있어 이에 대학마다 큰 비용을 들여 참여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몇년 전 영국에서 교육개혁이 경쟁과 자본논리로 진행되었을 대 몇몇 총장들이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대학들을 그러한 논리로 밀어부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였다.

학교운영에서 경쟁과 효율의 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교육의 바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경쟁에 살아남는 대학, 학과만을 강조한다면 영국의 어느 대학에서 철학과가 없어졌던 것처럼 당장의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학과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발표된 3차 교육개혁안에 제시된 내용 중에는 부실 사학을 기업이 인수하도록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삼성이 중동중고교를 맡아 새로운 형태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학교를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손쉬운 해결책일 것이다.

30여년전의 학교나 오늘의 학교나 변한것이 거의 없다.

40여명 이상의 저학년 학급 선생님은 요즈음의 자유분방하기 그지없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느라 정신없다.

그만큼 다양한 아이들을 배울 내용으로 흥미있게 끌어 들이는 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교사 양성을 위한 교사교육과 함께 백년대계로서의 교육기초를 닦는 일은 엄청난 투자와 교육실천의 의지를 요하는 일이다.

이런 바탕이 없는 손쉬운 교육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외형적인 변화나 실적보다 백년앞을 내다보는 교육에 대한 의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 정권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교육개혁은 아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국민 전체의 노력이 요청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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