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3일(목) 한총련 출범식 전야제가 열리고 있을 무렵 다른 한쪽에서는‘민주적인 한총련’으로 변화를 바라는 학생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2천여명의 학생들은 머리수로 보자면 전야제를 보기 위해 모인 학생수의‘새발의 피’,그러나 정권의 허구적 신노사관계 분쇄 및 국보법 철폐·정치사상의 자유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 보다도 힘찼다.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학생운동의 발전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총련 출범식이 결코‘남의 잔치’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한 학우의 말 속에서 한총련 출범식은‘소수운동세력의 입장이 공유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민주적인 토대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노력이 계속될 때 좌파학생들이 한총련내의 비판세력으로서만이 아닌 개혁세력으로 바로 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24일(금)은 개별적 모임을 가진 단위들이 전주시내로 선전전을 가졌다.

계속되는 교통통제로 짜증이 날 법한 전주 시민들은 의외로 학생들에게 많은 호응을 해 주었다.

차안에서 구호를 함께 외치는 시민들,열심히 하라며 떡봉지를 쥐어주는 아주머니,도로를 다 차지하고 앉은 학생들을 욕하기 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그러한 전주시민의 모습에서 정권이 붙여놓은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친북·좌경 용공세력들’이라는 말은 유효하지 않은 듯 했다.

24일(금)에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학내 곳곳에서 개최됐다.

‘열린강좌’96청년마당’은 강좌형식으로 이루어져 과거 놀이마당에서 강연마당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C통신 기초강좌,주한미군범죄와 한미협정개정, 그림으로 본 민족운동사 등 다양한 강연이 진행됐으나 한반도 미제침략1백년사, 청년학생과 노동자 등의 강연은 무산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전날 전야제로 잠을 못잔 학생들은 강의시간에 조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한편 4기 한총련 출범식 선전거리를 마련하여‘영화속의 통일이야기’란 주제를 다룬 영상의 거리, 쌀수입 문제등을 다룬 전국농과대 학생회 협의회 거리, 학원 자주화 투쟁 등에 관해 다룬 교육의 거리 등 22개의 주제별 선전거리가 마련되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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