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스트레스는 나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현대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서 스트레스 없는 생활이 가능한가.나는 학교 화장실 벽에 써이쓴ㄴ 수 많은 절망의 구절들을 읽는다.

학생들이 써 놓은 짧은 구절속에서 이들이 겪는 위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곤한다.

이들을 생리적 욕구를 배설하듯 자신의 정신적 욕구를 그렇게 배설하고 말았는가. 아니며 그것을 성취하는 길로 가고 있는가. 궁금하다.

화장실 벽에 끄적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보다 커다란 낙서판인가,아니면 위기로부터 구해줄 괜찮은 남자인가.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이혼가정의 아이들을 8년간 추적하였다.

많은 가정들이 이혼초기에 충돌하고 갈등하다 점차 새로운 삶으로 이행해 갔다.

부모의 이혼 당시 약 4세였던 아이들은 8년동안 많은 가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개인마다 다른 적응의 형태를 보였다.

연구팀은 적응 형태에 따라 아이들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집단의 아이들은 공격적이고 불안정하고 반항적이고 충동적이고 분노에 가득차 집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학교에서는 학업 성취에서 문제를 보였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온 커다란 위기에 굴복하여 부적응 행동을 발달시킨 집단으로 연구팀은 패자라고 지칭했다.

다른 두 집단은 자존감의 높고 친구, 교사의 관계가 원만하고 행동문제를 보이지 않고 학교에서 중간이상의 성취를 보였다.

더우기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집단은 가정의 위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다 주변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기회주의자로 성장하였다.

연구팀은 이들을 생존자라고 불렀다.

반면 마지막 집단은 협동적이며 남을 돕고 돌볼 줄 아는 아일드로 성장하였다.

연구팀은 이 집단을 승리자라고 불렀다.

이렇게 다른 성장의 결과는 어려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온 것이다.

모든 이들이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좌절하고 부적응 상태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시련을 잘 이겨냄으로써 시련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에 저항하여 위기의 순간마다 다시 탄력성 있게 튀어 오르는 연습을 조금씩 하여야 한다.

유학시절 나는 찬구와 둘이서 캐나다 동부지역을 횡단하는 여행을 하였다.

새로 뽑아 번쩍이는 친구의 차를 몰고 우리는 뉴욕주에서 출발하여 퀘백을 거쳐 무작정 대서양을 행햐 동쪽으로 갔다.

그것은 나에게는 모험이었다.

친구가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낮이나 밤이나 내가 거의 운전해야 했던 일,찾아보기 힘든 표지판 덕분에 오밤중에 캐나다의 시골길을 달빛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 의지하고 달렸던 일, 섬에 새벽 2시에 도착해 거기서 얼마나 어디로 가야 유스호스텔이 나오는지 모른체 지도 하나 보고 출발해 3시에 유스호스텔 문을 두드린 일, 조용히 한다는 조건하에 침대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가진돈은 30불뿐이었던 일,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메인주의 안개 짙은 꼬불꼬불한 고속도로를 달리다 너무 줄려 산속의 한적한 도로에 차를 세우고 잠을 잔 일.나는 그때 그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친구와 나의 몸과 정신은 판단이라는 것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여행의 피로로 우린 거의 운전대로 꼬꾸라지고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새벽에 문득 깨어 우리가 무사한 사실에 감사했다.

열흘가량의 여행에서 친구는 나의 고집에 질려 중도에 여행을 포기하려고 하였다.

마치 무슨 미신처럼 벅차고 빡빡한 여행을 고집하는 나와 한가로의 유람하듯 떠난 친구와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행을 완주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나를 시험하듯 그 여행을 했다.

이런 위기들마저 이겨내지 못한다면 나의 나머지 유학시절은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후에 포기하고 싶고 울고 싶고 힘든 나머지 유학생활을 마치는 데 캐나다 여행은 커다란 힘이 됐다.

화장실 벽에 끄적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승리의 경험이다.

스트레스로부터의 회피나 자유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여 그것을 건강한 경험으로 이끄는 연습말이다.

그럼으로써 사회에 나가 부딪히는 수많은 위기앞에서 좌절하고 꺽여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앞에서 건강하게 맞서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니 화장실에 절망의 구절을 써 놓은 자들이여.이번 여름 방학에 위기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 그 속에서 짜릿한 승리의 연습을 해보라.나는 나의 삶의 긴 터널을 걸어왔다.

전에는 이정도 오면 나의 삶도 편해 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나의 삶은 더욱 힘들다.

때때로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

이 위기속에서 나는 그냥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생존할 것인지 혹은 승리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다시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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