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열사의 죽음에 부쳐

3월 29일 연세대 노수석군(법학·2)-집회 도중 전경의 강경진압과정에서 사망. 4월 6일 경원대 진철원군(도시계획·2)-경원대 장현구군의 분신사건에 대해 학교와 정권의 무성의한 태도에 항의하며 분신. 4월 7일 성신여대 권희정양(국민윤리교육학과 졸) -학원자주화 투쟁을 위해 10일간의 단식 투쟁후 단식휴우증(심근경색)으로 사망. 4월 16일 성균관대 황혜인양(물리·2),4월 19일 여수 수산대 오영권군(식품공학·2)-계속되는 학생들의 죽음과 변하지 않는 정권의 모습에 대항하며 분신.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5명의 학생이 죽어갔다.

얼핏보면 이들은 각각의 이유로 죽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4월16일(화) 분신자살한 성균관대 황혜인양의 유서와 일기는 그들의 죽음이 단순히 개별적인 사안만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현정궈에 대한 대중의 의식에 변함이 있기는 바란다”“.....분노하라 외쳤지만 분노하는 학우는 보이지 않고 투쟁하라 외쳤지만 투쟁하는 학우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수수산대 오영권군은 먼저 사망한 노수석군, 황혜인양 등 95학번에게 글을 남기며‘김영삼타도, 미제축출, 조국통일’을 써 놓은 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여수수산대 총학생회장 조계윤군(전기·4)는“이들의 죽음은 앞서간 열사들의 죽음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쉽게 잊어 버리는 사회와 은폐하려는 정권에 대한 항변의 의미를 지니기에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성균관대 총학 정책국원 김대식군(법학·4)은“이들의 죽음은 언론에서 말하는 ‘의미없는 죽음’이나‘운동권 학생의 비관자살’이 아닌, 모순된 정권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한다.

”며“‘열사’라는 용어자체에 대한 논란, 분신의 정당성 논란에서 벗어나 ‘이 시대에 젊은이들이,동시대의 사람들이 왜 죽어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 협의회(민교협)와 전국연합에서는 성명서 발표등 움직임이 일었다.

민교협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는‘5명의 학생들은 아직도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폭력의 직,간접적인 희생자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죽게 만든것은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정치사회 현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경제현실, 색깔논쟁이 여전히 유효한 지배이데올로기 역할을 하는 민족분단의 현실 등 우리 사회 현실의 모순’이라고 밝혔다.

민교협 김영규교수(인하대)는 이 성명서에 대해“김영삼정권의 독재적 성격에 대한 명확한 지적이며 학생들의 죽음에는 정권이 1차적 책임을 지고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91년도 강경대군이 사망한 후 이어진 분신정국과 지금의 일어나는 모습이 유사함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세가 변했다’는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한총련측은“그때와의 비교는 정세의 변화를 간과한 채 상황만을 비교하는 기계적인 것“이라며 그러나 형식적 민주주의에 그쳐 많은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영삼 문민개혁’을 긍정적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총련측은 “열사들의 죽음이 냉소적으로 ,개별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정권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인해 왜곡 보도로 나타난 현상적인 것”이라며 노수석군 사망후 언론에서 그의 죽음은 외면한 채 학생시위의 정당성 시비에 촛점을 맞추었던 것이나,황혜인양의 사망 이유를 이번 총선 결과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문민정부라고 말하는 시대에,한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5명의 학생들이 죽었다.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라는 냉소적인 말을 듣기 위해 그들이 자신의 몸을 태우고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갔던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은자는 있으나 죽인자는 없다고 말하는 이 기막힌 사회에서 그들이 했던 말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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