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구속사안이 공안정국을 조장한다는 의혹이 짙은 가운데 이러한 사건의 일환으로 발생한 고애순씨 사건은 국가보안법(국보법)이 비인권적인 법임을 또다시 드러냈다.

95년 12월4일 임신 8개월인 상태에서 안보법 위반혐의 등으로 구속돼 태아를 사산한 고애순씨는 ‘특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 보석신청을 모두 거부당했다.

또한 고씨는 수감한 후 교도소에 검진을 요청했으나 ‘임산부는 응급환자가 아니므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교도소장의 판단으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한차례 혈압을 잰 것이 고작이었다.

결ㄲ 고씨는 지난 2월 5일 태아를 사산했고 그 충격으로 현재까지 사람드로가의 만남을 기피하는 정신적인 휴유증까지 나타내고 있다.

고씨는 94년 민주주의 민족통일 광주·전남연합(광주·전남연합) 자주통일위원회 부장으로 있을당시 광주·전남연합 대의원대회 팜플렛은 개인의 입장이 아닌 전국연합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고, 고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닌 자료를 돌려 본 것에 불과하다”며“이 같은 이유로 국보법을 적용, 구속해 태아사산까지 이어지게 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며 비인권적 행위”라고 구속사유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재소자 처우의 국제적 기소기준인 ‘피구금자 처우에 대한 최저 기준규칙’-여자시설에는 산전 및 산후의 간호·처치를 위해 필요한 설치가 갖추어져야 한다.

-조차 무시한 사건이라는 여성계와 재야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영교수(충북대·법학)는 “법정의상 사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법은 비법이다.

특히 인간됨의 기본인 모성애를 짓밟는 법은 법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인권위원회 간사 고상만씨는 “고애순시 사건은 비인권적인국보법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며 법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국보법은 최근 ILO(국제 노동기구)와 국제사면위원회가 제 3자개입 금지 조항과 더불어 비인권적인 법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 출발도 53년 혀업이 제정되기 전인 48년에 만들어져 정상적인 국회 동의 절차 없는 ‘위법’으로 시작했다.

이승만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한 정권안보법의 성격으로 만든 이 법은 91년 마지막 개정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렇듯 비인권적인 요소를 담은 국보법에 대해 ‘국제사면위원회 공약실천 후보단’에서는 그 폐지 당위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우선 추상적이며 모호한법 조항으로 헌법재판소가국보봅의 위헌여부에 어정쩡한 ‘한정 합헌’이란 결정을 내려 법적용의 자의성이 계속되고 있는 점, 과거 국보법의 골격개념인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던 북한을 정부가 민족공동체로 상정한 현실에서 그적용대상이 잘못돼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국봅법 7조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동조한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에 의한 모든 인권침해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덧붙였다.

전국연합 고상만씨는 “김영삼은 3당 합당전까지 국보법 철폐를 요구했다”며 “한 개인의 고유한 생각까지 정권의 잣대로 판단해 처벌하는 국보법이 철폐되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인권 보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권유린에 대한 현 정권의 수단과 방법이 더 교모해 졌다는 것 외에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비해 변한 것은 없다.

국보법이란 비법으로 정권유지를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가차없이 박탈해 버리는 현 정부의 명확한 태도변화가 없는 한 우리 사회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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