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 정문에 처음 들어설을 때부터 "억압"이란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지난 12월 분신한 고 장영구씨의 걸개그림과 분신사건 진상을 알리기 위해 활동한 7명의 학생에 대한 징계 공고문 옆으로 학생들은 무관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92년 당시 학원 자주화 추진 위원장이었던 장씨가 직원노조지지 활동을 벌이자 학교측은 그를 고발했고, 같은 해 그는 대통령 선거기간 중 공정선거 감시단으로 캠페인을 벌이다 연해오대 구속, 고문수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93년 경원대 입시부정 사건이 터지자 교수 단독 면담을 요구하다 교수들에게 집단 폭행까지 당했다는데. 학원 자주화 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태호군은 "장선배는 계속되는 충격으로 정신이상증세를 보였습니다.

입시부정, 학생자치권 억압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에 맞서 싸웠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스스으이 고소·고발과 경찰의 고문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그는 "그런 정신적 충격과 학교측으로 고발 당할 당시 제적된 과학생회장을 구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괴로워 했고 그게 분신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라며 말을 이었다.

한편, 장현구씨 분신 후 학교측은 2월 29일(목) 언론에 "학생들이 교수들을 감금·폭행한다"고 알려 언론사는 학교측의 입장만을 보도했다고 한다.

민태호씨는 "학교측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징계, 제적, 고발이라는 해결방식을 택합니다"라며 "기업논리로 지배되는 학교와 자신들의 보직·교수직 유지를 위해 제자들을 고발하는 교수들은 학생징계 이전에 고인에 대한 사과를 선행해야 합니다"라고 힘있게 말한다.

이미 제적된 학생의 죽음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학교, 총학생회가 각 언론사에 이 사건의 진상을 알렸으나 힘의 논리에 따라 분신 사건을 외면한 제도 언론, 그들에게 진실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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