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양화학 가스 폭발사고

2월10일(토) 실온 7도에서 끓는 위험성 포스겐 가스를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동양화학 군산공장 노동자 이인구씨가 가스폭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공장에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하여 계속적으로 주민들이 공장가동 중단을 요구해 왔으나, 회사측의 안전관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한 노동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이 사건 외에도 산업재해(산재)와 관련하여 기아자동차 아산만공장의 집단 비염성 질환 노동자 발생, LG전자부품(주)양산공장 및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 노동자들의 유기용제 중독 사건 등이 계속적으로 발새아하고 있다.

‘노동과 건강연구회(노건연)’에 따르면 이러한 산재율은 하루 평균 7 ∼8명이 사망하고 한 해 10만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산업재해 1% 이하’라는 노동부의 발표는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사례만으로 집계된 것으로 실제로 많은 부분이 은폐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산재율이 높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주들이 사고발생시 회사차원의 피해보상으로 사건을 수습하는 공상처리를 선호, 산재처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상처리의 경우, 후유증 치료까지 보장된 산재처리와 달리 사고에 대한 일회적 보상에 불과해 사고 후 후유증이 발생한 노동자가 치룔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산재는 사고성 재해와 직업성 재해(직업병)으로 크게 나뉠 수 있은데 군산공장 사고의 경우에 전자에,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장시간 근무할 경우 생기게 되는 여러 질병들이 후자에 해당한다.

한편 ‘산업재해 노동자협의회(산재노협) ’편집부장 서만영씨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우 기계설비 가격보다 안전설비 가격이 높아 기업주들이 안전설비 갖추기를 꺼리게 된다”며 “또한 신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미숙련공이 증가함에도 그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산재의 50%이상이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는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렇듯 산재의 1차적 책임이 기업에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는 열악한 경영현실 등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산재는 해당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는 포괄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또한 노건연 사무국장 박은주씨는“정부에서 업주들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고 있다”며“그에 따르는 산재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제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산재 수치를 줄여 대외적 이미지 개선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95년 4월 산재보상보험법이 개정되었으나 일부 개악성의 여지가 남아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재보상보험법의 개정내용을 대략 점검해 보면 업부상 질병의 경우 노동자가 반드시 업무상 질병임을 입증해야 했던 것에서 업주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반증을 제시하도록 개정, 노동자의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몇몇 바람직한 개정 달리, 이황화탄소 중독 판단시 참고하게 되어있던 의학적 진단요건의 경우 개정과정에서 삭제되어 노동자로 하여금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는 등 산재인정의 폭이 좁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더불어 행정쇄신위원회가 2월 제안한 ‘산업안전, 보건관리자 및 산업보건의의 의무고용 폐지’안은 감독자 부재로 인해 현재에도 열악한 산업안전 보건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

한편 88년부터 본격화된 산재관련 활동을 해온 여러 단체들의 노력으로 스스로 산재예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식이 노동자 대중속에서 서서히 고양돼 왔고 이러한 움직임의 성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당시 노동자 참여권 보장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일부 실시되고 있는‘작업중지권’을 노조에 전격 부여하여 노동현장에서 사고발생이 예상될 경우 긴급히 작업을 중지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업무체계가 복잡한 대기업에서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 권리를 갖는 것이 산재 예방에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산재노협 회장 김학기씨는“산재노동자들의 재활을 위한 사업의 경우 광주, 안산 등에서 소규모로 진행될 뿐이어서 산재 노동자 재활지원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앞서도 지적된 바와 같은 중소·영세 기업들이 대기업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의 적극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익보다는 기업주의 이윤창출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회적 모순이 해결되고 기업이윤을 노·사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기업주 및 사회의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산재 근본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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