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통제하는 삶 , 그 첫걸음

일을 제대로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추운 겨울철에 옷의 호주머니를 꿰매는 기업주, 저임금에 그나마 임금체불이 다반사,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빨갱이라고 해고·구속. 이렇게 사회적으로 멸시받던 "공돌이", "공순이"들이 "노동자"란 이름으로 생산 주체의 권리를 자각하기 시작했던 것은 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이후였다.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세우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계속적으로 요구해 나가면서 현재는 인간적 모욕과 폭력·가혹한 노동조건 등의 모습은 사라진 듯 하다.

그러나 개별 악덕기업주의 직접적 탄압은 없어진 듯 하지만 대신 기업주 전체와 정권이 결탁해 보다 유연하고 세련된 노동착취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한국 경제인총연합(경총)이 설정한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개별노조의 임금인상조차 총자본가 차원에서 억제되고 있다.

파업기간의 이윤 손실을 노동자가 책임지도록하는 "업무방해 손해배상 청구"조항은 작년에 파업했던 전국 지하철노동조합(전지협)을 빚더미에 올려 놓았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금 51억을 갚기 위해 전지협은 노동조합비를 매번 차압당하고 있다.

용역회사가 일반기업에 노동자들을 "빌려주는", 신종 인신매매에 비유되는 "근로자파견법"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안되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용역회사와 일반기업에 이중착취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주가 자의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변형근로시간제"가 입법추진되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규정으로 이제는 법 테두리 보호아래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40대 직장인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인 조기퇴직제 또한 비슷비슷한 맥락이다.

게다가 30분 일찍 출근해서 "근로자와 기업가는 한가족"이란 구호를 기계처럼 외쳐야 한다.

이전의 악덕기업주처럼 욕을 먹지 않고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자본가와 정권은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문제는 사무직이든 생간직이든 개별 사업장 노동자의 투쟁을 넘어, 전국·전산업 노동다의 통일적인 투쟁을 통해서만 해결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 노동자의 투쟁구심책 더욱 요구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11일(토), 12일(일)에 걸쳐 개최되는 "95"노동자 대회"는 제조·사무전문직 노동자를 포괄하면서 전국 민주노조 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는 자리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준비위가 꾸려진지 1년만에 50여만의 조합원을 민주노총이 거느리며 출범하게 된것이다.

민주노총 준비위 대외협력집행위원 이용범씨는 "근로자파견법 증 각종 법안에서 모여지는 세련된 노동탄압은 기업별 노조의 벽을 넘어서는 전 노동자의 단결로만 극복될 수 있다"고 민주노총 건설의 의의를 맑히며 "민주노총은 60여억의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어용 한국노총을 대신하는 노동자의 유일한 대표체로서, 노동자 정치력 증대를 위해 산업별 조직화를 기본으로 한다.

"고 말한다.

즉 현재는 이전 투쟁의 성과를 축적하기 위해 기존체계인 지역별·그룹별 가입을 수용하고 잇으나 궁극적으로는 민주노총은 산업별 재조정을 지향하고 있다.

산별노조는 정규/비정규직, 대기업/영세기업 노동자, 실업자/취업자, 남성/여성노동자 등의 차이없이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총괄하기 때문에 정치적 역량을 높일 수 있으며 동일 노동·동일임금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꾀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자총련)을 제외하고 금속일반·조선노협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금속산별추진위가 결성돼, 금속산업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기초가 돼는 산업으로 자본주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하다는 점과 그간 투쟁경험이 다른 부문에 비해 많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속산별추진위에 자총련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국노동운동단체연합(전국노련) 교육선전부장 이원호씨는 "금속산별의 조직력을 강화와, 자본가계급에 의해 분열이 조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총련의 금속산별 가립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민주노총준비위의 1년 사업을 평가하면서 민주노총준비위가 전노협에서 이어지는 사회변혁이라는 투쟁성을 계승하지 못하고 투쟁회피고 나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라는 조직건설 자체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한 노동자 정치 세력화,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임금인상 등 눈앞에 드러나는 노동자의 직접적인 이익뿐 아니라 노동자는 통제받을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개입해야 할 것이며 이는 당장 총선을 통한 국회진출로 노동자 권익을 보장해 "주기"보다 현재 노동자를 억압하는 노동악법을 등에 노동자 스스로가 투쟁해 나가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윤체계로 돌아가는 현 사회에서 모순을 가장 첨예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은 노동자이며, 그 체계를 멈출 수 있는 것도 바로 노동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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