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폐공사의 공익사업 지정논의를 바라보며 공익 내세우며 기본적 노동3권 침해 우리는 지난 5월과 6월, ‘통신대란’, ‘국가전복’운운하며 근로자들을 연행하기 위하여 사찰과 성당까지 공권력이 난입한 이른바, ‘한국통신 사태’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공익하업의 근로자는 일반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이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파업이 일어날 경우, 국가적 혼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도 전에 미리 그 불법성을 큰소리로 외쳤고, 창구마저 막아버렸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는 조폐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조폐공사법 개정안을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지난 5,6월의 한국통신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심히 그 의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쟁의 조정법에서 말하는 공익사업이란 ‘공중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아니되거나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사업’이다.

노동재의조정법은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사업을 다섯 가지 종류로 열거하고 있는데 공중운송사업, 수도·전기·가스및 정유사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은행사업, 방송·통신 사업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공익사업의 범위가 아니라, 노동쟁의조정법상의 강제중재제도와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공익사업 종사 노동자의 쟁의권 제한으로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종쟁의조정법은 제30조3호에서 ‘노동위원회가 그 직권 또는 행정관청의 요구에 의하여 중재에 회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강제중재 제도인데, 이미 당사자 간에 의견의 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중재신청을 할 수 있는 일반사업장과는 달리, 공익사업장은 일단 중재에 회부되면 당사자는 더 이상의 타협의 여지없이 그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또한 중재회부도 일반사업장과는 달리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동위원회나 행정관청이 임의로 중재회부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노사자치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부당하게 쟁의권을 제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리에 비추어 본다면, 강제중재제도는 공익사업 근로자의 단결을 가능하게 하는 쟁의권을 제한 하는 문제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노동쟁의조정법 제40조는 공익사업에 관하여 긴급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41조에서는 ‘긴급조정의 결정이 공표된 때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하여야 하며 ‘공표일로부터 20일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공익상업에 대해서는 이중삼중의 제한을 가하고 있다.

공익사업 근로자는 일반시업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 3권을 모두 향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쟁의조정법은 중재재정과 긴급조정제도를 두어 공익사업 근로자으 노동3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따. 사실 공익사업의 범위를 지금과 같은 범위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조폐사업 역시 그 범주 안에 들어갈 여지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공익사업의 범위를 좁히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노동쟁의조정법을 비롯한 여타의 노동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조폐공사법을 개정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조폐사업을 공익사업에 포함시키겠다니, 그것도 정상적인 노동쟁의조정법의 개정 방법을 거쳐서가 아니라 조폐공사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조폐사업을 공익사업에 포함시키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ILO가 공무원에게도 평등하게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쟁의권 제한에 대해서‘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의 박탈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보충조치를 강구하여야함’을 강조하는 마당에 세계화를 외치는 정부의 숨은 의도는 정말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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