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미친 인권침해의 피해

지난 14일(금) 서울고등법원 형사1 부는 93년 6·12 김춘도순경 사망사건과 관련 기소된 배병성군(한국외대 경영정보·4)의 항소심 공판에서 배군에게 1심대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같은날 배군의 어머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배군의 1심공판 도중 「배군이 김순경을 발로 차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주장하는 검찰측 증인의 증언에 「내 아들과 무슨 원수를 졌냐」며 실랑이를 하다가 보복폭행 혐의로 기속되어 배씨의 어머니 역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날 배군은 무죄판결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검사의 징역 2년 구형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를 부축해 재판정을 나서야 했다.

배군의 부모님까지도-자진출두하여 조사를 받고 마무리되기도 했지만-한 때 지명수배 되어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던 일 등등 배군의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 6·12 사건은 배군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11월 2일 배군 어머니의 결심공판 뒤에나 배군의 가족은 6·12 사건의 악몽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듯하다.

당시 김순경이 사망한 장소가 용성총련(현 경기동부총련)학생들이 모여있던 곳이기에 많은 용성총련 학생들이 연행됐었는데 그 중에서 배군이 범인으로 몰린 까닭이 긍금하다.

좬조사과정 잠을 재우지 않아 심신이 피로한 상태에서 증인이 있다는 경찰의 협박과 집에서 찾아낸 문건을 빌미로 회유에 한순간 잘못 판단하여 거짓진술을 한 것이 재판까지 가게 된 거죠좭라고 말하는 배군. 구치소 수감당시 면회온 아버지가 한 「솔직히 말해 보라」는 말을 듣고, 아들이 혹시 살인자가 아닐까 고민하면서 아버지가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을 깨달아야 했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배군의 아버지가 상황파악을 위해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을 만나고 다닐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듯 무조건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관자적 시민의식, 무책임한 언론의 보도행태와 그에 따라 금방 끓었다 식는 우리의 냄비식 반응은 무리하게 한 무고한 청년을 범죄자로 몰아가려 했던 경찰과 함께 배군과 그 가족이 입은 피해에 일정정도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배군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최근에도 3명의 학생들이 조직사건과 관련되어 구속되어 있는 상태라는 소식을 접하며 우리가 자각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가를 느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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