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족대회」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91범민족대회」정리 정권의 반민중적 통일공세 본질 폭로 미흡 9월 UN가입, 허구적 북방정책 타격 요구돼 『수고하셨습니다! 빗발치는 최루탄을 뚫고 석계 지하철 역에서부터 장장 1시간 30분 기나긴 마라톤을 한 끝에 힘차게 경희대에 도착하신 전국의 통일일꾼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70개 중대 1만여명 경찰의 버스검문과 원천봉쇄를 뚫고 12일(월) 경희대에서 열린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91서울범민족대회 및 남북 해외동포 청년학생 대축전」에 참가하고자 4천명의 학생들은 13일(화) 오후 4시 석계역부터 3개역 지하철을 달리는 「대장정」을 펼쳐야 했다.

「범민족대회」가 열리기 전 민족민주운동진영(이하 민민운)은 5·6월 투쟁이 단일한 지도의 부재로 뚜렷한 현정권타도 투쟁으로 모아지지 못한 채 유서대필논쟁, 「외대사태」등으로 인해 정권의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와 함께 지도부침탈을 겪어야 했다.

또한 정권은 광역선거에서의 압승을 업고 민민운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현정권은 5·6월 대중투쟁을 통해 집권 4년간 거듭된 민생 파탄으로 인한 광범위한 대중의 이반과 불만을 목격했다.

이런 가운데 정권은 92, 93년 안정적 권력재편을 위해서는 민민운을 초토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전의 개량적 조치마저 철회, 전면적인 폭압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편 민중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효과적 카드로서 정권은 허구적 북방정책을 내세워 통일대행진, UN 동시 가입, 남북 쌀교역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통일환상을 유포, 민민운에 대한 탄압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정세하에서 전대협 박성희(경희대 작곡·4), 성용승(건대 행정·4)대표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조국통일투쟁은 본격화되었고 이는 8월을 「통일정국」으로 규정짓게 했다.

12일(월) 개막된 「범민족대회」는 통일방안으로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두개의 정부, 두 개의 체제」인 「연방제」와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비핵군축」을 중심축으로 설정, 진행되었다.

이에 앞서 4일(일)부터 국토순례를 떠난 통일선봉대(이하 통선대)는 「비핵군축」, 「연방제」 통선대로 나뉘어 각기 목포, 대전을 출발, 전국에서 대국민 홍보에 돌입하면서 군산미군기지방문, 안동교도소진격투쟁 등을 벌여냈고 12일(월) 서울에 입성하였다.

통선대 총대장 한창규군(한신대 총학생회장)은 『이리에서 행군하던 중 시민 한 분이 음료수를 쥐어주시며 「통일 음료수니 마시라니께」라며 말씀하셨을 때 7천만 민중의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읍니다』라고 시민들의 반응을 전한다.

14일(수) 「전야제 행사 및 통일학생대축전정치회담 및 결의대회」에서 전대협의장권한대행 이철상군(서울대 총학생회장 경제·4)은 『95년을 통일원년으로 삼기 위해 전대협은 비핵군축 서명운동과 통일운동강화를 위한 조국통일범민족학생연합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후 15일(목)의 「정치회담」이 범민련 간부 8인 구속, 전대협 간부 8명 구속, 81명 수배 등 정권측의 탄압과 해외대표 입국 불허로 무산되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국민대회출정식」이 열렸다.

이 출정식에서 서총련 동부지구부의장 곽우경군(건대 총학생회장 철학·4)은 『북측대표단 판문점파견을 3차례나 시도했으나 주한미군과 노정권과의 방해책동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분단 이후 처음 계획된 청년학생회담을 사수하고자 전대협 대표2인도 평양에서 통일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오후 4시 크라운관에서는 범민련 관계자가 「공동결의문」을 발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원칙을 명백히 하였다.

이어 오후 2시에는 서총련 학생들 및 부산울산지역 총학생회연합 학생들이 퇴계로 등지에서 정권의 기만적 통일정책을 폭로하는 가두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비록 「91범민족대회」가 정권에 의해 무산되어 동경, 판문점에서 분산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본교 총부학생회장 고화인(외교·4)양은 그 의의에 대해『이번 대회는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통일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했으며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고 진일보한 통일투쟁이었다』라고 강조한다.

한편 14일(수) 서강대 청년광장에서는 1천여명의 학생참여로 「반민중적 북방통일공세 분쇄 및 파쇼체제 안정화기도저지파탄을 위한 수도권 지역 청년학도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서울대 최현구군은 현시디 북방정책의 본질에 대해 『88, 89, 90년 노정권은 통일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견지했으나 91년 현정권은 자본주의의 우위를 과시하며 대북고립화, 개방화를 통한 흡수통합을 상정하고 있다』며 『통일은 명백히 민중해방에 복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통일환상유포하며 민생파탄 민주압살, 노태우정권 타도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문앞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범민족대회는 수세국면이었다.

올 7월 기아자동차노조탄압, 강경대열사의 아버지구속 등 정권의 민주주의압살, 민중운동탄압 등 폭로사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준비하지 못한 채 「통일투쟁」만을 외쳤던 정세돌출적 투쟁의 한계를 노정했다.

또한 「연방제」나 「비핵군축」에 대해 사전에 올바른 교양사업과정 없이 합의투쟁이라는 결과로 치닫는 성급한 오류를 범했음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제 아쉽게 범민족대회는 막을 내렸다.

이에 민민운은 상반기투쟁의 올바른 평가와 오류를 극복하며 9월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9.17 UN 동시 가입을 앞두고 정권은 전세계 제국진영의 반혁명분위기를 등에 업고 대북고립화와 개방화 그리고 자본주의 우위를 과시하려 할 것이다.

이는 보다 강력한 북방공세로써 민민운에게 가해질 것이 예상되기에 민민운은 「누구를 위한 북방정책인가」를 명백히 폭로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양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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