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사업, 국민복지의 기초 작년 3월 혜영·용철이 자매, 올봄 세쌍동이가 질식사 당한데 이어, 경기도 양주에서 부모가 문을 잠그고 일나간 사이 불이 나 채균·윤희 자매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7명 어린이의 죽음은 사람들의 경각심을 새삼 일깨웠으나, 이미 그 이전부터 농촌의 어린이들은 논둑에서 뱀에 물리거나 농약에 중독돼 죽었으며, 맞벌이 노동자부부의 자녀는 위험한 공사장 혹은 친척집 혹은 혼자 남겨져 생명을 빼앗기거나 다치는 등의 이야기들은 각종 일간지를 통해 익히 보아 왔던 사실들이다.

아동들의 참변에 대해 일부 언론은 여성이 가정에서 아이교육의 본분을 지키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농민의 일손은 끊임없이 부족하며 노동자 또한 남편 혼자 벌이로는 평생 전세살이를 면치 못할 실정이어서 여성들은 개인의 자아실현은 차치하고라도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회적 일터로 나가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마들은 포대기속 아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을 시골 할머니집 등에 맡깁니다.

그러나 할머니도 농사일로 아이를 잘 보살필 수 없고 결국 아이는 정서장애등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다시 엄마에게로 온 아이들은 엄마 출근시 도시락 하나와 함께 주위 동네집에 맡겨지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혼자 남겨지기도 하는 동안 아이들은 다치기도 하고 또 심리적으로 상처입기도 합니다.

엄마들은 마지막으로 돈이 좀 비싸더라도 탁아소나 놀이방으로 아이를 데려옵니다』라며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이하 지탁연)간사 민경아씨는『일하는 어머니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문제 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처럼 탁아소를 필요로 하면서도 아직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죠』라고 말한다.

89년 보사부발표에 의한 탁아필요아동만도 82만명이며, 현재 오히려 더 늘어난 상황이다.

그나마 아이들을 보육하는 놀이방중에서도 영리탁아소는 보육료가 월 15만원정도여서 저소득층의 여성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으며, 지탁연산하의 민간비영리탁아소는 전국에 약 70개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소득층 생산직 노동자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 민간비영리탁아소마저도 경제적·제도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경제적으로 보면 이 탁아소는 한 아이당 4만~4만5천원 정도를 받고 있으며, 이것도 아동에게 모두 재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간식·부식비로 거의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집세·교사활동비 등 기타 경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탁아소는 일일찻집·헌옷바자회등의 수익사업과 작은 돈이나마 탁아소의 의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통한 후원회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수익사업은 자모회를 중심으로 하는데 자모회는 한달에 한두번씩 회의를 연다.

자모회의는 교사들의 주일정과 예산공개이후 자모들과 교육문제·소풍 등 특별활동문제·수입사업문제를 토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자모회에서 하는 수익사업만으로는 탁아소의 영세성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이 탁아소의 어려움은 제도적인 것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영유아 보육법이다.

그나마 88년 이전에는 탁아관계 법률조차 없었으나 89년 처음으로 아동복지법아래 탁아시설 규정을 시행력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 또한 독자법안이 아니어서 실효가 없자 국민들의 계속적 요구로 90년 영유아 보육법이란 독자적 법안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나치게 형식만 있어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민간탁아소를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 3조에서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는 보호자와 더불어 영유아를 건전하게 보호·양육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여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정해놓고서도 다시 23조에서 「영유아의 보호·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여「수혜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원칙에 의해 실질적 탁아지원대상은 월수입 4만~4만 5천원정도의 생활보호대상자나 의료부조자등만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은 소년·소녀가장이나 할머니·할아버지로 탁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남편과 맞벌이로 70~1백만원정도의 수입을 얻는 노동자들인 것이다.

또한 영유아 보육법에는 시설수준미달의 탁아소를 운영하는 교사는 징역에 처한다고 하는 독소조항도 있어 많은 논란이 되었으나 국민들의 계속적인 반대로 보사부는 지난 14일까지 신고를 하면 유보기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지탁연 간사 민씨는『이 법안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모순이 있으나, 신고를 하지 않으면 탁아소문을 닫아야하고 교사들이 형벌처분을 받게 되는 현실적 어려움과 그나마 탁아법도 없던 89년에 비하면 이 법도 일정정도의 성과로 인정하고 신고했습니다』라며『그러나 현재는 재정과 같은 보다 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많은 지원을 얻는데 주력할 것이지만, 앞으로는 포괄적인 법개정운동을 벌여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여성의, 아동의 생존권인 나아가서는 가족의 행복추구의 기본요건인 탁아소가 국가 예산지원으로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범국민적으로 계속 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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