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두의 허상속에 우롱당하는 노동자 소비자 미스·미스터, 부랑누아 중저가 구두업계의 실상을 밝힌다.

88년 「고급소대를 쓰고도 가격은 3만원대」라며 2만원, 3만원대 중저가구두의 환상을 불러일으켰던 「미스미스터」, 「브랑누아」, 「레스모아」. 이들 3개 메이커업체는 유명 모델들을 저면에 내세운 광고로 고가구두에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의 구두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들의 판매전략은 실속있는 구매를 원하던 소비자들의 요구에 편승하여 개장 3년만에 큰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메이커의 화려한 성공뒤에는 먼지구덩이의 비좁은 작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영세 노동자들의 피땀이 숨겨져 있다.

이 메이커 본사들은 10~15명선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영세제조업체에 하청을 주고 생산된 물품을 납품받아 메이커를 붙여 파는 형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메이커 본사는 납품가격을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하여 유통 과정속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는 구두의 가격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구드의 하청남품가격인 실제공장도가격은 평균 「1만 5천원선」이다.

그러나 이구두가 생산공장을 떠나 메이커 본사, 대리점에 이르는 동안 구드의 가격은 실제 가격의 2배로 뛰어버리고 만다.

이 「중저가구두」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전만 해도 독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제화 시장에서 메이커의 대자본으로 영세업체가 하청계열화한다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독자적 영세업체는 메이커 본사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으며 그 결과 도산등의 과정을 동해 본사에 종속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메이커 본사는 제품의 품질개선이나 새로운 기술개발, 노무관리등을 일체 담당하지 않고 소규모 하청업주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이로인해 소비자는 실제적인 품질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근로조건의 악화라는 문제점을 안게 된다.

또한 88년 이후 중저가구두업체가 대량 출현함에 따라 업체간에 극심한 경쟁이 생겼고 이는 필연적으로 메이커의 경영하에 있는 노동자들의 잔업시간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귀결되고 있다.

서울지역 제화공노동조합(이하 노조)회계감사 고창식씨는 『주문분량을 채우느라 남은 작업량은 집에까지 가져가 온식구들이 매달려 본드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하며 「21세기형 신 가내 수공업」(?) 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에 제화공 노조원들은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임금협상시기인 4월23일(화) 각 본사로 「공개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그내용은 메이커 본사와 하청업체간의 주문분량의 계약을 의미하는 「외주」를 둘러싼 비리의 척결, 납품단가의 2천원 인상, 남품대금 결제를 어음에서 현금통화로 변경해줄것 등이다.

고씨는 『하청업주는 구두제조공정중 쉽고 빠른 공정을 택하려하며, 외주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기에 본사에 뒷돈을 주곤한다』라고 밝혔다.

기술수준을 고려한 공정한 계약체결로 이를 척결해야, 하청업체간 불필요한 경쟁이 없어질 것이며 이에 따른 비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본사측이 납품대금을 3~6개월 어음으로 결제하기에 하청업주들은 기간만료까지는 생간에 필요한 자금운등을 확보할 수 없으며, 기간중에 돈이 필요해도 은행에서 상당액의 이자를 감하고 돈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공개질의서」를 본사들이 묵살하자 노조는 5월 9일(목) 「불매운동」을 시작하여 신촌, 명동등지에서 피켓팅을 전개하고 있다.

노조 부위원장 은희열씨는 불매운동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우리들은 임금협상을 외면적으로는 하청업주인 영세업체 사장과 체결하지만 산업구조속에서 그 상대는 대자본가인 본사측』이라며 『특히 「중저가구두」가 노동자와 소비자를 함께 우롱하는 처사임을 고발하자는 취지』라고 밝힌다.

합리적인 가격을 빙자하여 실제로는 엄청난 이득을 보는 메이커의 화려한 상술의 허구를 깨고 스스로의 권리확보를 위해 일어선 제화공 노조. 이러한 노동자의 자각은 자본가측의 「유리구두」의 환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