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원 한반도에서는 지난 40여년간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나 남북한은 모두 정치·군사적으로 결코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으며 경제적인 부담또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한반도에서 기존의 안보개념의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민중적 차원의 군비축소(이하 군축)방안을 마련하고 평화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방안과 그 실현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러면 우리 민중은 과연 분단과 과도한 군비경쟁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가. 그 동안 극도의 군비경쟁을 지속해 온 한반도에서 민족전체가 입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는가. 그동안 극도의 군비경쟁을 지속해 온 한반도에서 민족전체가 입은 사회·경제적측면에서의 분단손실을 수량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민중생존권의 침탈, 대외 종속성의 심화, 이산가족 문제, 사회적 권리의 축소등 사실상 계측이 불가능한 무형의 분만손실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단손실을 경제적 측면에 한정하여, 군비경쟁이 아닌 평화적인 상태에 있으면서 한국과 비슷한 경제력을 지닌 중상위 자본주의 국가군(브라질, 우루과이, 파나마등)을 비교대상으로 하여 추정해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남한은 중상위자본주의를 국가군의 평균방위비인 7%(정부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약 20%가 많은 27%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비는 중상위 자본주의 국가군의 평균비의 23%보다 약 17%나 적게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남한의 방위비를 중상위 자본주의 국가군의 평균방위비지출 비율인 7%까지 축소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잉여의 규모는 89년 국가예산을 기준으로 할 때 약 4조 5천억원에 이른다.

이것은 더욱 큰 규모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분단손실 부분이 생산적 분야에 재투자되어 국민경제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경제의 확대발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군축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로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물적자원의 효율적 재편성이 가능해진다.

과도한 군비경쟁은 대규모의 재정적인 부담과 물적자원을 낭비할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를 저해하여 일국의 경제구조를 왜곡시킨다.

군비경쟁의 질적개선은 주로 기술혁신에 의해 창조되는데,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첨단 특수기술의 개발및 그것을 도입하기 위한 금융자산이 집중적으로 요구된다.

군비경쟁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및 군사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북한의 경우에는 이것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북한은 모두 군사비의 부담이 증가할수록 그만큼 경제개발비 및 사회개발비(남한), 인민경제비(북한)가 직접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남북한은 모두 과도한 군비경쟁으로 인해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으며, 경제개발이나 사회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상실시키고 있다.

결국 군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자원의 효율적 재편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경제개발이나 사회복지의 향상은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군측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군사비의 삭감부분이 곧바로 경제개발이나 사회복지의 향상을 위한 비용으로 전용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 잉여부분이 군사비로 낭비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증대하게 될 것이다.

둘째, 경제개발과 인적자원의 재편성이 가능해진다.

군사비 지출은 경제의 횔성화, 교육의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실업과 경제불안, 인플레이션, 인적자원의 낭비 등 사회·경제적 불안정 요인을 증대시키고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남북한과 같이 군사장비와 군사기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가예산에서 지출되는 군사비의 대부분이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에 그러한 투자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세째, 군축은 곧바로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준다.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수 있듯이 남북한에서의 급속한 국방예산의 증가는 사회복지및 경제개발비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군비경쟁은 대외채무의 증가와 금리의 대폭적인 상승을 초래하고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여 서민생활을 압박하게 된다.

실제로 70년대 중반이후 남한은 총 군사비의 13~14%를, 북한은 10~11%를 무기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남한은 75년 이후 방위세를 징수하기 시작하여 86년에는 총세입예산 중에서 방위세가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1인당 지출하는 연간 국방비는 10만 7천원(86년 기준)이나 된다.

따라서 군축이 이루어질 경우 직접적으로는 세입의 감소를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줄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군축으로 생겨나는 경제잉여 부문을 민간수요부분으로 재투자하거나 사회복지분야로 전용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네째, 군축은 전쟁위험성과 파괴력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이다.

군비경쟁의 여러가지 문제점 중에서 최대의 문제점은 바로 국가구성원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한은 모두 군비경쟁의 과정에서 공격성을 강화시켜 왔는데, 이는 군사전략과 군부대배치의 변화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군사전략의 측면에서 남한은 「ㅏ공지전 독트린」을, 북한은 「군비의 고도화와 효율성의 증대」를 각각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유가 어디에 있던간에 그 동안 남북한의 군사전략은 가히 공세적 성격을 강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증강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모두 안전보장은 커녕, 오히려 전쟁의 가능성만을 증대시켜왔다.

이러한 사실은 군비경쟁을 통한 「공포의 균형」의 추구가 전쟁방지에 더이상 유효한 수단이 될수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분단, 즉 대결구조를 평화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상호간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민족해방과 통일의 당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통로일뿐만 아니라 민생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당위적인 주장이나 인적·물적자원의 흐름을 재편성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제적인 전환이란 군비경쟁에 소비하는 자원을 전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개발하고 그것의 실행을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전략의 총체이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