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쪽에는 1평도 채 못되는 차가운 시멘트 공간에서 일생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장기수」.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자신들의 신념과 사상을 굽히지 않은채 전국의 교도소에서 갇혀지내는 장기수들은 1백 47명에 달한다.

그중 51명은 89년「사회안전법」의 폐지로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이 있어도 돌보기를 거절하거나 연고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고, 「보안관찰법」등에 의해 거주이전 등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작년 말에는 충무에서 장기복역 출소자인 정모씨가 이를 비관하여 목을 매 숨진 가슴아픈 일도 있었다.

『「사랑의 집」은 사상범으로 장기복역 하다 최근 출소하신 그분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이제야 되찾은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나누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밝히는「사랑의 집」건립 추진위원회 신승민 목사. 신목사는『이분들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분단체제가 낳은 희생양이기에 이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은 분단의 아픔을 치유해야하는 우리들의 의무입니다.

통일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사랑」으로 어서 이집이 지어졌으면 합니다』라고 사랑의 집 건립동기를 말한다.

KNCC 인권워원회, 교회여성연합회등 기독교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사랑의 집」건립 추진 위원회는 이를 위해 작년 12월부터 모금운동에 앞장서왔다.

현재까지 모인 성금은 약 3천만원. 그동안 경기도 문산의 어느 고교 선생님은 한달치 봉급을 고스란히 부쳐왔고 각교회 신자들은 구좌에 2만원, 혹은 5만원씩 돈을 넣었다.

그리고 캐나다 교포들이 항공우편으로 부쳐온 수백만원은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름도 없이 접수되는 수십만원의 돈들을 보면 이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신목사는 모금액중에는 본교 교목실에서 보내온 10만원도 있다고 귀띔해준다.

「사랑의 집」건립추진위원회는 목표액을 채울때까지 양말등 각종 기념품 판매와 바자회등 각종 전시회 및 문화행사를 통해 모금운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영등포구 구로동에 가게가 달린 아담한 양옥을 지어 장기복역 출소자들을 쉬게한다는 것이「사랑의 집」건립 추진위의 구상이다.

『이렇듯 집을 지어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잇는 것입니다.

그분들이「간첩」이니 하여 고통받은 것도 반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되어야한다는 물구나무 선 가치관에서 출발된 것이니까요』라고 신목사는 말하며『이「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보내는 국민들의 열렬한 호응만 보아도 이땅의 통일과 민주화 의지가 얼마나 높은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한다.

또한 이에 선행하여 장기복역수를 양산하는 악법인 「국가보안법」과 출소한 장기복역자들마저 족쇄를 채우는 「보안관찰법」등이 폐지되어 감옥소내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켜온 장기수들의 삶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신목사의 간절한 바램이다.

아직 지어지지 못한「사랑의 집」. 이는 우리들의 통일의지가 벽돌이 되고 나무기둥이 되어 이 땅에 굳건하게 세워질 것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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