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대통령이었던 막사이사이의 「결백증」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제법 친분이 두터웠던 어떤 은행원이 찾아왔는데, 용건은 필리핀근해에 침몰된 일본잠수함을 인수하여 그 이익을 정부와 배분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서류에 서명한다면 감사의 표시로 5만페소를 선물로 준다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 친구여. 당신의 호의에 감사합니다.

그 계획은 아주 정당하여 막 서명하려 했으나 당신의 선물얘기가 그 승인을 불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의 입장을 이해히주길 바랍니다.

』얼마전 모일간지에 은근히(?) 실린 이야기이다.

사실 무감해질 정도로 부패한 우리 사회에 이런 상황논리를 적용하고 싶지도 않다.

막사이사이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바래서도 아니다.

수서특헤가 「권력과 돈의 오랜 검은유착의 실상」이라고 반복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막사이사이의 청렴결백했던 행동이 그나마 혼란했던 필리핀 정국에 안정과 발전을 가져왔고, 반면 이후의 마르코스·이멜다가 가져온 부패가 필리핀을 얼마나 대혼돈으로 빠져들게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각각 어떤 결과를 남겨주었는지는 분명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정국을 폭풍처럼 강타한 「수서사건」은 특혜­외부압력­뇌물­거짓말­축소수사의 순으로 옮겨가며 겉과 속이 다른 6공권력의 부도억성을 더욱 극명히 실증하고 있다.

뇌물로 주었다고 밝혀진 액수가 11억원이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입은 손실이 2천억원에 이른다니, 연이어 터지는 천문학적 보도는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음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의 가슴을 써늘하게까지 한다.

수많은 무주택서민의 가슴을 울리면, 80세 할머니가 집이 없어 자살까지 하는 바로 같은 하늘아래서 말이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정치권이 해명이나 반성의자세는 커녕, 「재수없는 발각」정도로 여기는 작태이다.

그리고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면 변명하는데 급급하다.

여기에 언론까지 한몫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수서사건은 분명히 계속되고 있는「진행형」이다.

정보는 여기가 의혹의 「종착역」이라고 팻말을 내걸고 있지만 하차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국민들이 뜨거워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식어버리겠지 안일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다.

「제2·제3의 수서」로 가지 않기 위해 「힘없는 사람들의 힘」이 보이지 않는 혁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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