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진영, 구체화된 「민중의 통일대안」서둘러야

통일환경의 변화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최근에 야기된 가장 커다란 변화는 통일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국내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우선 최근에 분단체제가 동요함으로써 민중적 통일요구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한국전쟁의 결과 극우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보수세력들의 정치만이 횡행하는 가운데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요구가 차단되어 왔던 분단체제는 이제 민중의 등장과 이들을 대표하는 민족민주세력의 부상으로 인해서 점차 동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중적 요구에 바탕한 통일의 요구도 점차 강화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국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때,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지탱해주는 국제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냉전」이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특히 사회주의권의 개혁개방과 더불어 야기되고 있는 세계질서의 급격한 변화는 한반도 주변의 통일환경을 급속히 변화시키면서 그 가능성을 점차 가시화시키고 있다.

이미 동유럽의 변화와 「유럽일가」의 건설과정에서 나타난 독일의 통일은 이러한 변화의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문제의 부상과 새로운 인식 이상과 같은 통일환경의 변화는 이제 통일문제가 당위적인 문제를 넘어 현실적인 당면의 문제로서 부상하게끔 만들었다.

이미 이상의 변화는 점차적으로 통일문제에 반영되어, 적어도 1988년 이후부터는 통일문제가 전면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운동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당국의 북방정책과 관련된 대북정책에서 통일문제 부상의 결정적인 두 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운동이 80년대 이후 나타난 분단체제의 동요와 민중적 요구에 바탕한 민족민주세력의 강화에 기인한 것이라면, 정부당국의 대북정책은 주로 사회주의권의 변화를 이용한 대북한 공세의 일환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운동과 정부당국의 대북정책이 경쟁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통일문제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따라서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청되고 있다.

통일문제에 대한 과거의 인식은 통일에 대한 정부당국의 반통일적인 태도로 인하여 당위적인 차원에서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제 정부당국도 일정하게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표명함에 따라, 통일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양 입장의 차이를 분명하게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되었다.

곧 통일 - 반통일 사이의 대립은 「통일과 반통일의 당위적 갈등」을 통해서보다는, 「통일에 대한 양자의 구체적 주장을 둘러싼 대립」을 분명히 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당위적 차원을 넘어 현실적인 대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통일정책과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운동 그렇다면 통일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정부당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또한 이에 대응하는 민족민주세력의 통일운동은 어떠한 방향에서 통일운동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정부당국의 통일정책의 본질은 「현상유지+알파」라고 할 수 있다.

현상유지의 내용은 기존의 「2개의 한국」정책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변화된 정부당국의 태도는 「알파」속에 담겨져 있다.

「알파」의 핵심적 본질은 변화된 통일환경, 특히 사회주의권의 개혁개방으로 인해 야기된 국제적 상황의 변화가 조성해준 유리한 공간을 이용하여 시도되는 미국과 남한정권의 북한 고립화 개방 압력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속에서 대북 우위의 통일이나 흡수통합의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정권의 통일정책이 지니는 이러한 본질은 7.7선언, 7.20민족대교류선언 등의 외양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은 정부당국태도의 본질과 외양 속에는 6공 현정권의 대내적 지위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의도, 북한까지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독점자본의 의도, 나아가 현 지배체제의 지속적인 유지강화를 북한까지 확대시키려는 의도 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민족민주세력은 이제까지는 통일의 명분을 독점한 채 주로 국내 민족민주운동의 강화에 힘입어 통일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통일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숙고하고 이에 따른 통일운동의 방향과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국제적인 상황변화를 통일운동의 강화에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가에 관한 과제이다.

특히 냉전체제의 해체와 더불어 증대하고 있는 국제적인 평화조류를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통일로 연결시켜야 하는 문제가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통일운동 속에 평화운동적 요소를 어떻게 포괄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둘째, 국내의 민주변혁과 통일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작업이 있다.

통일이 궁극적으로 민중의 삶을 위한 민주변혁의 한 과정이라 한다면 통일과정이 남한내 민주변혁에 미치는 영향과 민주변혁의 과정이 통일에 미치는 변증법적인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당국 역시 통일을 외치는 상황에서 지배세력이 추구하는 통일과는 내용이 다른 민중의 진정한 요구에 바탕한 민족민주세력의 통일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통일은 지배세력에 의한 통일이 아니라 민중적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통일문제를 새롭게, 시급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