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 운영관리 서울시 경찰국이 맡아

방송의 관영화. 이미 지나간 시대의 유물인 관영방송을 정부에서는 또다시 탄생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개국한 「교통방송」을 선두로 문교부의 「교육방송」, 국방부의 「국군방송」의 설립이 추진중에 있는 것이다.

종교방송, 교육방송, 교통·기상방송, 대북·해외방송 등의 특수방송은 방송의 다양성이나 내용의 전문성에 비추어 볼 때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 사회상황에서 관주도하의 특수방송의 설립은 또다시 「정부의 대변인」내지 「홍보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가능성은 이미 개국한 교통방송과 교육방송의 내부구조를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교통방송의 경우 운영관리의 실질적 주체는 서울시 경찰국이며 제작되는 모든 방송사항은 교통방송본부장 산하의 방송심의실에서 심의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모든 구성은 공무원으로 되어있는 오묘한 구조이다.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교통방송의 일반시사뉴스는 개편안 발표 당시 공보처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보도의 객관성을 고려해 볼 때 교통방송에서는 일반시사문제에 관한 뉴스는 보도하지 말 것』이라고 조처했다.

그러나 교통방송은 계속하여 외교·경제·사건 기사 등을 다루어 말썽이 되고 있다.

정부는 CBS와 기타 종교방송에는 시사적 보도에 엄격한 제재압력을 가하면서 교통방송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미온한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

교통방송이 다루는 내용은 거의 공영방송에서 다루어지는 분야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송의 중복은 전파낭비와 함께 국고낭비가 뒤따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영방송을 추진해 온 이면에는 이런 방송매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이 「권력의 예속하에 있는 기관」이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이러할 때 언론의 자율성이나 공공성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인가? 올해 9월로 방송을 시작하려고 한 「교육방송」또한 문제시 되고 있다.

문교부는 「교육의 주체는 정부」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방송을 준비하고 있으나, 방송의 전문성이나 편성의 공공성으로 볼 때 공무원에 의한 방송국의 편성은 억지일 수 밖에 없다.

또한 냉전 이데올로기와 역사 등 여러 부분에 있어서의 잘못된 점을 안고 있는 교과서가 그대로 방송매체를 통해 왜곡전파될 때 교육을 받는 세대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특히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는 문교부가 방송을 소유하였을 때 이를 통해 편파보도나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청취자들에게 주입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교육방송의 규모 또한 TV의 채널 한개와 라디오의 채널 두개로 엄청 나다.

그러나 청취자인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커다란 방송규모는 필요하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KBS의 규모가 방대해져 더이상 교육부문까지 담당하지 못하므로 교육방송의 독립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방송이 독립된다면, 이는 문교부 산하의 정부기관이 아닌 공적으로 독립된 교육방송공사로서 운영되야 하는 것이다.

전국 언론노동조합연맹 대외협력국장인 이세용씨는 『현재 국민이 정부에 대해 갖는 신뢰성이 결핍된 가운데 관영방송의 성립이라는 것은 여론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고 말하며 『지금 시점에 있어서 방송의 민영화나 관영방송의 설립보다는 공영방송의 진정한 공영방송화가 필요합니다』고 밝힌다.

이씨는 『특수방송의 취지는 전문분야에 대한 정보전달입니다.

이에 비추어볼 때 교통방송은 그 취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고 덧붙인다.

이제 정부는 기존 언론장악으로도 부족해, 「정부의 방송」까지 만들어 국민의 귀를 막으려하고 있다.

언론은 어느 한 정당이나 정부의 선전도구이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스스로 관영방송을 막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참다운 알 권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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