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악된 「방송구조개편안」을 보며

정부의 「방송장악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 되었다.

지난 14일, 정부가 국민적 합의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채 허겁지겁 통과시킨 「방송구조개편안」이 바로 그것이다.

80년, 5공은 「방송은 국민의 것」이라는 당위적 논리로「방송 통폐합」을 강행하더니, 6공역시 그와 똑같은 논리로 민영방송을 위주로한 구조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방송인·교수·재야권이 반대하는데도 불구, 정부기관이 이를 강력히 통과시킨데는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87년 이후 방송사노조의 영향력이 증대됨에따라 방송의 정부의 통제권 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6공정부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방송4사 연대 제작거부」가 일어났고, 이는 사회 전반에 큰 여파를 던져주었다.

이번 정부의 방송법개정안은 그 내용뿐아니라 절차상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었고, 철저히 비공개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띄고 있다.

문제가 된 내용과 절차를 살펴보기로 한다.

재벌방송은 정권 이익만 대변 먼저, 이 개정안은 새로 설립되는 상업방송의 주식소유상한을 30%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의 20%만 소유해도 얼마든지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사실상 재벌 또는 정부의 통제하의 집단이 독점지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더구나 제3자 명의가 얼마든지 가능한데다 친·인척 소유규제 역시 완화되어, 처남, 처삼촌, 사위, 며느리등은 「제3자명의」라는 비난을 받지 않고도 당당히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정·경유착이 심각한 나라에서는 상업방송이 정권의 이익만을 대변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프로그램의 저질화 또한 자본주의하에서 상업방송의 최대 목표는 「기업이윤의 극대화」이기 때문에, 상업방송은 공공성·공익성은 외면한 채, 광고 수입의 극대화를 위해 시청률 창출만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자본이 많이 들고 재미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큐멘터리 기획 대신, 값싸고 자극적인 프로그램만을 만들게 된다.

KBS나 MBC 역시 광고료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므로 결국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따라 이를 따를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저질화는 일본의 예에서 잘 드러난다.

일본의 방송은 공·민영체제의 시청률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 20시간 심야는 물론 대낮에도 과감한 정사장면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중단·보도검열 강화해 한편 이번 개정안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방송위원회의 권한강화 부분이다.

프로그램의 사전심의기능을 강화하여 시한부 방송중단·광고방송정지 조처를 취할수 있게 하였는데, 이는 방송의 공정성·자율성보장에 위배된다는 것이 방송인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방송위가 정부로 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음을 전제할때, 앞으로 정부의 방송탄압이 방송위를 통하여 교묘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퇴폐방송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내세우지만 결국 이러한 심의권한은 시사보도물에 대한 검열로 이용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교육방송을 분리·독립시켜 문교부 산하에 두고 있다.

그럴 경우 교육방송은 실질적으로 문교부가 편성권을 가지게 되므로 문교부의 정책보조수단으로 관영방송화되는 것이다.

광고수익은 정치자금으로 개정안은 또한 방송광고공사(KOBACO)를 존속시켜 공사내「공익자금 관리위원회」를 공보처가 관리·통제하게 함으로써 정치자금의 길을 열어놓았다.

광고수입의 20%를 공보처가 직접 관리할수 있으므로, 앞으로 지방자치제 선거, 총선등 정치일정에서 얼마든지 정치 자금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지나 6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공보처가 공익자금중 무려 2천5백억원을 변태지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1달만에 날치기통과 한편, 이번 개정안은 절차상에 있어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6월14일 방송구조개편안 발표, 6월28일 국무회의 의결, 7월14일 본회의 통과.」발표이후 무려 1달만에 가볍게 국회를 통과하는 전적(?)을 보인것이다.

5년이상이나 검토를 거듭하고도 국민의 합의과정을 거치는 다른나라에 비해 한나라의 중대한 변화르 초래하는 방송구조 법안이 국민적 논의과정없이 비공개적으로 진행·통과되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문제점이 증명된다고 볼수 있다.

실제 영국의 경우, 85년 3월에 보고서가 제안되고나서, 4년 9개월 후인 89년 12월에야 외희에서 통과되었고, 뉴질랜드 역시 4년 6개월의 논의과정후 확정되었다.

언론4사 연대제작거부 독재정권과 언론의 자유는 함께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14일부터 17일까지 3일간의 「언론 4사 연대제작 거부」는 「방송이 권력집단의 통치수단이어서는 안된다」는 방송인들의 최대한의 책임의식의 발로였다.

『난관적이지는 않지만 절망하지도 않습니다.

비록 방송구조 개편안이 통과는 됐지만, 이번 연대제작거부로 민자당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민주방송실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강력한 프로그램투쟁등 공정보도를 실천해 나갈것입니다 』 심재철기자 (MBC 보도국 사회부)는 이렇게 말한다.

전파는 정부가 주장하듯 「국민의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방송민주화를 열망하는 방송인들과 함께 「국민의 방송」을 지켜야 한다.

그들의 투쟁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지속적인 프로그램투쟁을 위해 지금부터 국민의 힘이 더욱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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