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이겨내면 추억거리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후회거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청각장애우 홍여형양(서양화·4)은 어떤 추억거리를 가지고 있을까. 입학하기 전 마냥 장미빛 같았던 대학이었지만 한동안은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홍양.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앞자리에 앉아야 교수님의 입을 보고 수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교양수업 같이 학생수가 많은 수업을 들을 때는 아예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교실에 도착해야 했고, 수업중 알아듣지 못한 내용이 있으면 따로 교수님을 찾아가 물어봐야 했다.

1학년 때는 친구와 수업을 같이 들으려고 취향에 안 맞는 수업까지 양보해가며 들었다는데…. 여전히 그 친구와 친하지만 1학년 이후론 각자 듣고 싶은 수업을 따로 듣게 됐고, 고등학교 때 너무나 싫어하던 문학을 현대시나 비교문학강의를 통해 그 참맛을 알게돼 이젠 문하그이 세계에 푹빠지게 됐다고 한다.

또 여성학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홍양은 그렇게 지냈던 이화에서의 4년이 자신에게 당당함을 심어줬고,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줬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1년이었지만 대기업에서 주취하는 대학생 해외파견단에 선발돼 아프리카와 독일에 다녀온 추억도 있다.

아프리카 동부 5개국을 여행하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동시에 인종문제나 기아문제의 심각함을 느꼇다.

갔다와서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아프리카 표류기」라는 책을 썼다는데. 하지만 그 책을 출판하는건 희망사항이라며 살짝 웃어보인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졸업하는 감회가 남다를 듯 한데 의외로 별다를 게 없단다.

어려운 점이 있긴 했지만 어렵다고 말하기 보다는 이상을 가지고 노력해야한다는 홍양. 더 많은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당차게 삶의 신조를 밝힌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또다른 삶의 신조이기도 한 그녀는, 특히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표현수단을 갖지 못한 그들에게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법이 아닌 그림을 통한 생각의 표현방식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홍양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눈덮힌 교정을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미대에선 작품을 만들 때 밤샘을 주로 하는데 우리 학교에선 밤샘이 안 돼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손해를 본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이대오르기를 내려가면서 채플을 들으러 갈 때마다 항상이 계단을 급하게 뛰어 올라갔다는 얘기에 함께 웃기도 했다.

이제 졸업식 이후로는 뛰어갈 일이 거의 없을 이대오르기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졸업을 앞둔 이화인의 아쉬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홍양이 인터뷰 시작 전 써준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대학 문을 나서는 졸업생이 된 지금도 나는 사실 대학 문을 처음 들어서던 신입생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때와 변함없이 나는 꿈을 꾼다.

다만 그 꿈이 조금 더 다듬어졌고, 조금 더 당당해졌을 뿐이다’힘든일을 이기고 이제 새로운 축억을 만들어 사회로 나가려는 홍양. 어렵더라도 자신의 신조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려는 그녀처럼 꿈을 안고 산다면 모든 사람이 이 시대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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