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화벨 소리, 교차되는 사람들의 동선. 처음 맞는 학생회의 인상은 "활기참" 그것이었다.

2번의 교섭 실패 후 인터뷰에 나서는 마음은 설레이기 이를 데 없었다.

"94학번 특수 교육학과 강선영입니다"라는 씩씩한 소개. 나를 "꼬맹이"로 지칭하는 선배는 나보다 더 호리한 몸매를 가진, 아직 애인도 없다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하자, "나 그런거 제일 싫어하는데···뭘 말해야 하지?"라고 되려 물어오는 그녀. 언젠가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가진 남자가 있어 컵을 뒤집어 엎고 나왔던 미팅이 기억에 남는다는, "과연 그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할 만큼 당찬 30대 총학생회장. 그러나 그녀는 총학생회장으로서의 부담감을 이렇게 말한다.

"이대는 여성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으니 만큼 여성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지 부담이 되요" 하지만 대답 중에 묻어나는 활달한 웃음 속에 그녀가 얼마나 당당한 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문서치고 회의하고 밥먹고"라고 대답한 것과 달리, 그녀는 내가 있었던 한시간 반동안 문서를 거의 쓰지 못했으리 만큼 인터뷰와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학생회장의 평소 일정에 대해서는, "주로 회의가 많고, 선생님들과 투닥거리기도 하고 대개 잔일이 많아요. 가장 문제는 단대를 자주 돌아다니고 싶은데 , 일정이... 그래도 3월 예정인 단대별 해오름제에는 참가할 생각이예요"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새내기들이 학생회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총학생 인턴쉽이 2주동안 있을 예정이구요. 총학생회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문지도 같이 돌리고 학부제 운영에 관한 계획을 같이 세운다든지 작게는 북한 동포 돕기 바자회에서 하는 구두닦이를 할 수도 있구요. 모집 기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학생회는 열려 있는 거니까 부담갖지 말고 왔으면 좋겠어요. 리포트를 쓰기 위해 오는 애들도 있으니까" 특히 학부제 문제는 새내기들에게 많은 협조를 부탁했다.

"학부제 문제는 좀 애매해요. 막연히 학점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니라 학부제 투덜이등의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단대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선배의 과와 관련된 학생 회장에 출마 동기에 대해서는 알고 보니 심오한 이유가 있었다.

"제가 총학생회에 오기까지는 과의 기반이 컸어요. 제가 처음에 만났던 장애인은 시설 장애인이었는데, 소수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어요. 이런 것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 건 이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들이 누적되고 확장되면서 정치적인 것과 연결된 것 같아요" 학생 회장으로서의 활동과 대학생으로의 생활 외에도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등 여러 부분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선배인 듯했다.

끝으로 새내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4년동안의 학교 생활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시되었으면 좋겠고, 자신의 배경을 자랑하기 보다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배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중임을 수행하느라 고투하는 회장이었지만, 잘가라는 인사와 환한 웃음 속에서 새내기 못지 않은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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