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란 과거에 재능이나 실험 정신을 가진 여성들을 탄압하기 위해 남성들이 명명한 것이지요. 저희 극장 "마녀"는 이러한 여성들의 재능과 끼를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된 것이에요" 사회사업학과 졸업생으로 현재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대표로 계신 이혜경 선배님은-선배님께서 내린 정의에 의한 다면-마녀였다.

그것도 지독한 마녀였다.

지난 18일, 대중적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던 "자기만의 방"을 마무리 하고 요즘에는 올 4월2일 공연예정인 "마요네즈"를 기획중이셨던 이혜경 선배님을 만나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일하고 계신, 선배님의 모습에서 현대 여성의 위상이 이만큼 높아질 수 있었던 건 선배님같은 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나의 편협된 시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어서 70년대 초 이화여대 입학후 문리대 연극부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지금가지 이어지게 됐다는 선배님. 당시 연극부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이 많이 모여있었다고 하시면서 과거로 돌아가신 듯 입에 미소를 띄우셨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학교측의 주관으로 행해지던 연극을 "꼭두각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자립하기 위해"학생들 스스로 극본, 연출, 연기를 맡아 해내기도 했지요."라며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또한 낭만으로 가득찼던 70년대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80,90년대 학생들은 그러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신다.

어떻게 여성주의 극을 기획하게 되셨냐는 질문에는 "대학시절 타 대학생들과 사회 문제에 관한 토론을 나누던 중 여성 문제는 부차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보고 여성문화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어요"라고 답하였다.

"흔히들 여성과 남성의 평등이 실현되면 여성주의가 소멸될 것이라고 하지만 21세기야 말로 "여성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지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으로 보기보다 이제는 휴머니즘은 페미니즘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라며 페미니즘을 여성들만의 문제로 국한 시키지 말고 여성문화예술운동과 같은 여성 발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통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배님의 이 말씀에 고등학교 시절 여대는 곧 모두 남녀공학화 될 것이다", "여성학은 길어야 10년이다"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께서 이야기하신 이러한 여성문화예술운동들을 우리는 극장 "마녀"가 그동안 기획해온 연극들, 그리고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머니 상을 뒤엎는 여성의 눈을 통해 본 한 모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요네즈"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딸이 있다는 선배님은 마지막으로 어머니 같은 충고도 잊지 않으셨다.

"대학생활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항상 감각은 예민하게, 마음은 열어두는 게 필요해요. 이제는 스스로 계획하고 책임지는 일도 필요하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 분명히 그 분은 마녀였다.

그러나 동화속의 마녀가 아닌 세상이 필요로 하는 마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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