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의 1100호 발행을 축하합니다.

주간지로서 1100호를 발행한다는 것은 이대학보가 1954년 2월에 창간하여 지난 43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이화인의 귀와 눈과 입이 되어왔다는 뜻이겠군요. 이대학보사를 거쳐간 수없이 많은 선배 기자들과 여러 주간 선생님들이 하나씩 일구어 놓은 토대 위에 오늘 여러분이 1100호의 발행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1년 가까이 논설위원으로서 여러분과 한편이 되어있는 사람으로서 축하를 하는 것이니 자축이 되는 것이고 겸손하게 자축하기 위해 우리들이 앞으로 해야할 일을 함께 생각해 보지요. 학보는 명실공히 공론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진정한 민주적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가 편견없이 모두 담겨질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진보적인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만큼 보수적 목소리도 담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로 눈앞에 닥친 취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이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와 억압받는 이들의 진상을 알리는 일만큼 중요할 수도 있지요. 이러한 사고의 열림성이 있어야 우리의 학보가 이화인 모두를 위한 신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진보를 표방한 진보속의 보수는 또 다른 보수가 아닐까요? 또 한가지 우리 학보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보다 많은 실험을 시도해 보자는 것입니다.

광고를 유치하고 독자를 확보하는 것만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기성언론이 하지 못하는 작업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십시오. 대학의 신문만이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즉 새로운 취재방식을 도입하거나 지면구성방식에서 실험을 시도해 본다거나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대학보 기자만이 착목해 낼 수 있는 참신한 기사거리의 발굴 등을 통해 경직된 형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해 봅시다.

그 어떤 틀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성숙한 언론인들이 만든 이대학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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