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가 벌써 지령 1100호를 맞았다니! 우리네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일과 가정사에 얽매여 있다가도 이렇게 뜻깊은 날을 맞으면 서로 축하해 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이제는 장년이 된 이대학보의 지령 1100호를 전체직원들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는 이화에 들어온지 이제 6년째다.

그 이전의 이대학보에 얽힌 갖가지 우여곡절을 잘알지 못하지만 그동안 보아온 이대학보는 시대정신을 앞서가는 대학의 정론지로서 양심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보수언론이 못하는 권력의 부정과 부패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이대학보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학교발전의 또다른 주체가 돼왔다.

그렇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학보에서 학생들을 위한 내용과 신문의 여러 코너를 통해 교수들의 의견이 자주 실리는 반면에 직원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어쩌다 실린 기사는 어느 부서의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는 일종의 고발기사가 주종을 이뤄왔다.

이화에는 재무처 차장을 비롯해 미화원에 이르기까지 4백명 이상의 직원들이 보다 원활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대학보에서도 이제 이 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겨울에 강의실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관실에서 일하는 분들의 일과 애환도 실어주고 강의실을 마치 쓰레기장쯤으로 아는 학생들때무에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내야 하는 미화원분들의 작업현장도 스케치하고··· 이렇게 학교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을 소개하고 학생·교수와 더불어 직원들도 이화속에서 이화를 위해 살아가는 이화인이라는 사실을 많은 학우들에게 알려 줬으면 좋겠다.

흔히 정보화시대 또는 멀티미디어의 세상이라고하는 21세기에는 활자를 통한 신문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신문속에는 멀티미디어가 할 수 없는 역할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신문속에서 역사를 배우고, 유머와 위트로 웃고, 삶의 애환에 울고, 진실의 당당함에 속시원함을 느낀다.

신문을 읽는 습관은 대학생때부터 길러야 한다.

오늘 읽은 이대학보의 어느 기사가 입사시험의 면접장에서 어느 이화인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대학사회의 민주화를 선도하는 이대학보의 지령 1100호를 다시 한번 축하하며 지령 2000호에도 다시 한번 축하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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