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노동자협회 왕인순씨를 만나

“87년 1백만원의 보증금으로 영등표에 사무실을 연 후 각종 장터, 순회공연 등을 통한 기금마련과 한푼 두푼의 작은 후원을 통해 92년 그야말로 ‘정성어린’ 우리들의 여성복지회관을 구로동에 건립하게 됐죠”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여노) 사무처장 왕인순씨는 3월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 ‘여성운동 지킴이 상’에 선정된 인물. 여성평우회와 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에 앞장서던 이들이 모여 여노의 전신인 한국여성노동자회를 창립할 때 그 역시 여성평우회에서 이 사업의 창립멤버로 뛰어들게 됐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차 전무했었죠”라며 “그래서 판굿·마당극·노래극 등의 현장극을 개발, 여성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담아봤어요”라고 그는 초창기를 회상한다.

대중집회를 통해 그 현장극들을 소개했을 때 의외로 반응이 좋아 대학순회공연까지 열어 여성복지회관 기금마련에도 보탬을 할 수 있었단다.

그들이 벌여온 사업은 이 뿐이 아니다.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성·연애·결혼관을 위한 ‘순영이의 사랑이야기’와 4편의 슬라이드 제작과 자료집·연구보고서 23권, ‘일하며 키우며’와 같은 3권의 도서발간 등 가시화된 사업만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 특히 그는 여노운동 10년간의 사업속에서 최초로 여성노동자 문제를 다룬 대중집회인 여성노동자 대동제에서 슬라이드 ‘순영이의 사랑이야기’를 보며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며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울먹였던 것이 큰 기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80년대 여성운동의 핵심이 여성노동자문제였던데 반해 90년대 들어 가족·문화·성 등의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일하는 여성의문제가 소홀히 다뤄지는 것 같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이 두가지 측면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고 함께 병행돼야 할 문제일 뿐더러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많은 난관에 직면새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는데. 그 가운데 특히 그가 강조하는 과제로는 비정규 여성노동자등의 조직화 문제이다.

한국여성의 삶의 형태가 ‘취업·퇴직·재취업’의 고리를 형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가내노동자 및 전업주부 등의 여성들을 조직화해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 “물론 어떤 토대도 없는 현실속에서 이러한 여성들의 조직화의 어려움을 잘알고 있지만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이뤄내도록 할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다.

6살박이 자식을 자신이 일하는 여성복지회관의 부설기관인 튼튼이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지만 “그 꼬마녀석도 어려서부터,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교육해왔기 때문에 엄마가 일하는 여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잘 따라준다”고 말하는 그는 지칠 줄을 모르고 여성노동자의 문제라면 어디로든 달려간다.

이제 요노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의 외국투자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외국에서의 도용불평등 사건들을 접수, 국내외적 대응을 꾀하기도 한다.

10년간의 쉼없는 노력에도 해야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지만 “더디게 진행될 수 박에 없는 여성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바로 ‘은근과 끈기’의 자세가 필수조건이죠”라고 웃음을 짓는 그녀에게서 여성노동자의 밝은 미래를 꿈꿔보는 것은 그리 무리한 바램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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