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노동운동 1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여성노동자운동의 뿌리는 제조업이 이땅에 도입됐던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87년 한국여성노동자회(여노회)가 결성되면서 여성노동자운동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올해는 바로 여노회 창립 10년이 되는 해로 여성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는 자연발생적이거나 부분적으로만 제기돼왔으나 70,80년대 여성노동자 투쟁과 진보적 여성활동가들의 노력을 통해 여성노동운동이 독자적인 조직은을 중심으로 운동의 흐름이 형성됐다.

물론 여기에는 여노회·하눅ㄱ여성문우회(민우회)가 형성해온 영역외에도 87년 이후 대중적으로 발전하는 노동조합운동에서의 여성노동자운동 등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사무직 여성노동자운동은 민우회 중심으로 영역을 열어가고 있으나 여기서는 현장의 여성노동자 투쟁과 여노회 활동을 연계시켜 87년 이후 10년간에 걸쳐 온 생산직 여성노동자운동을 3기로 나눠 살펴본다.

우선 1시기는 87,88년 으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노조민주화 투쟁이 활발히 일어났던 시기이다.

이때는 차별임금 해소 등 여성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기혼 여성노동자의 투쟁과 가족투쟁이 새로이 등장해 여성노동자운동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된 시기이다.

이 시기 여노회의 활동은 지원기금 마련, 가두 선전전 및 피켓팅 등 여성노동자 투쟁을 지워느 연대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된다.

87년 제일피복, 89년 논노상사, 세창물산 등의 민주노조 쟁취투쟁과 위장 휴·폐업 저지투쟁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제 2시기는 민주노동운동이 정착해 나가는 한편, 이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휴·폐업, 임시직, 시간제 고용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고용불안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대두되는 90년을 전후한 시기이다.

이에 따라 여노회는 여성의 고용안정 정책의 수립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여성노동운동의 지원단체에서 스스로 회원을 조직하는 대중조직으로의 모색을 강조하게 된다.

끝으로 제3시기는 90년 초반 이후부터 정부에 여성노동정책을 제안하고 요구하는 대정부 압력 활동으로 전화하는 시기이다.

이전까지 방어적이고 개별적인 이슈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공세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으로 전환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개정·고용보험법 등 고용안정 정책 마련, 생리휴가 무급화 저지·파견법 제정 반대 등의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지역 여노회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직업훈련 제도나 고용안정정책 제기 등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해 개입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여성노동자운동의 10년간 운동의 성과를 정리해보면 첫째 생존권 투쟁·노동조합탄압저지 투쟁에서부터 여성노동정책요구 운동까지 대정부 압력운동으로 발전한 점이다.

이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은 정부가 여성노동정책을 수입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게 됐다.

둘째 조직적으로 80년대 중반까지 미혼여성노동자가 투쟁의 중심을 이뤘다면 기혼여성 노동자·노동자부인까지 생산직 여성노동자 운동력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또 초기에 생산직 여성노동자운동의 관심과 의식이 직장내 여성노동자문제에 한정됐다면 90년대에는 가부장적인 가족문제·성폭력문제·환경문제 등 가정과 사회전체에 널리 펼쳐져 있는 다양한 여성문제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이다.

셋째 노동운동세력과 여성운동단체들의 활동을 연계시키면서 둘의 연대를 이글어냈다는 부분이고 마지막으로 여성노동자운동 내에 환경운동, 지역운동 등 다른 사회운동 영역의 내용을 수용함으로써 여성노동자운동의 영역이 확대되고 풍부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성노동자운동은 지난 10년간의 발전과 더불어 여러가지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비정규직 고용과 가내노동자가 증가하게 됨으로 인해 임시직·영세하청·가내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논동자들의 고용불안정을 촉발했던 산업구조 조정은 한국이라는 일개 국가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세계 무역·경제 구조와 정책속에서 전세계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한 나라만의 대응으론 불가능 한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국제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해외로 진출한 한국인 기업에서 인하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통제와 착취문제도 국제연대운동을 통해서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또한 무역과 투자정책에 있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확보하는 운동, 국제적인 무역 경제기구들을 향해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졍책결정권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운동들은 앞으로 한국의 여성노동자운동, 여성운동영역에서 하나의 새로운 과제로 채택하여 실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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