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 방송 움직임을 알아본다

「국민 외 방송 KBS, 기쁨 뺏고 사랑없애는 SBS, 만나면 좋다만 친구 MBC 문제방송」 패러디한 3대 방송사의 로고송을 보자. 분명 한국방송은 죽었다.

편파, 왜곡, 선정성이 공정함과 진실보다 우리에게 훨씬 익숙하다.

방송은 외압과 자체검열, 과다 경쟁에 연일 휘말린다.

누가 방송을 죽였는가? 수용자인 시민인가, 정부인가, 방송사인가. 96년 현사회를 돌아보면 총선, 한총련 등 얼룩진 방송보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물론 그동안 시민은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바른언론을 위한 시민연합·민주언론 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시청자 설문조사 및 방송 모니터를 통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제기는 제기에서 끝날 뿐, 공론화가 된다하더라도 다음에 돌아오는 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방송의 모습이다.

이처럼 일방적일 수 밖에 없는 기존방송에 대한 호소와 항의가 무위에 그치면서 다른 모색이 시작됐다.

방송개혁국민회의(방개혁)와 한국사회언론연구원은‘국민 주 방송 실현을 위한 기초 연구’를 최근 마무리했다.

12월로 예정된 토론회에서 공개될 주요 내용은 현재 방송현실의 근원적 대안으로서‘국민 주 방송’을 제기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 주 방송이란 국민이 방송사이 소유와 경영은 물론 프로그램 제작까지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김동민교수(한일신학대 신문방송학과)는“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은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개진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방송민주화를 위해 국민주 방송을 만들 필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우리에게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본사 설문조사에서도 지적돼듯, 국민의 방송이란 것이 무색하게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 종속된 국영방송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FCC라는 기구가 존재하는 미국처럼 외향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나라조차 음적·양적으로 영향받는데 공영방송인 KBS 사장의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한국사회는 훨씬 심각하다”는 유의선교수(신문방송학과)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기존 공영방송의 한계를 넘어서서 상업방송과 대립할 수 있는 진정한 공영방송의 필요성이 예전부터 대두돼왔다.

국민 주 방송 설립추진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방개혁 사무처장 최문순씨는“공정보도를 실현하고 상업성을 배격하기 위해 국민 주 방송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국민 주 방송은 초기 방송 시간도 3∼4시간으로 잡고 있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쇼 프로그램 보다는 뉴스·토론·시사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방송사의 일방적 주도에 의한 지금의 프로그램과 달리 국민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게 내용에는 간섭하지 않으면서 기술적인 지원만을 해주는 열려진 운영이라는 측면이다.

이것은 서구의 악세스(Access)권이라는 개념과 연관된다.

이는 거대언론이 자본가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가운데 의사표현의 기회를 박탈당한 국민들에게 대중매체를 이용하게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FCC는‘신규 유선 방송 사업자는 정부, 교육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공 접근 채널을 개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케이블TV의 악세스 채널은 지역 비디오 운동가나 시민이 캠코더로 찍은 것을 방영한다.

또다른 방식으로 스위스의 SBC는 전국노동조합연맹 등 국민들의 대표기관과 신문사 그리고 일반 기업에 주식이 분산되어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악세스권이 도입된다고 할 수 있는 국민 주 방송 추진상황을 보면 2천년 1월1일 방송시작을 목표로 현재 교수·지역인사 등 발기인 30명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방송이라는 것이 상당한 자본력이 결집돼야 하지만 국민 주 신문인 한계레신문의 경험을 보면 기존 방송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새로운 방송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지금, 재원 확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정부의 허가를 받고 TV채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큰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미군이 사용했던AFKN채널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80년 방송통폐합 당시 TBC를 빼았겼던 삼성이 이 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 주 방송으로 배정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와 관련, 최사무처장은“전파가 재벌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이며 한국비하 프로그램이 버젓이 방영됐던 미군채널을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의미로서 국민 주 방송에 배정되는 것이 더 정당하다”고 말한다.

시청자 주권의 적극즉 실현과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공론의 장으로 출발하고자 하는 국민 주 방송에서 국민이 직접 생산하는 헤게모니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방송을 직접소유한다는 것은 언론과 학교의 지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를 일방적으로 생산해내는 자들로부터 자유로운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기 때문이다.

국민 주 방송의 자체 성사여부와 함께 또 다른 과제는 국민 주 방송을 통해 기존방송에 대한 건전한 영향력을 제공하고 시민사회는 이제까지 해왔던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지 않아야 한다.

기존 방송사의 자체 비판 세력이 국민 주 방송으로 흡수되기만 한다면 방송의 양극단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시민세력의 올곧은 결집으로 방송풍토의 개선까지 바라보며 국민 주 방송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비판이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안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국민 스스로 이뤄내는 또 한번의 기적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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