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바로보기

최근 신한국당 주도로 추진중인‘그린벨트 완화안’이 발표돼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완화안을 그린벨트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는 대신 그린벨트의 구역 재조정 등 근본문제들은 장기 과제로 넘기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 더욱 문제시 된다.

그린벨트와 관련한 이같은 완화안들은 매 선거때마다 국회의원들의 공약사항이었으나 늘상 공약으로 끝났는데 이번 신한국당의 완화안도 그러한 정치적 논리가 내포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71년에 제정돼 25년 동안 어떠한 구체적 해결지점 없이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 해 왔다는 것은 현 그린벨트가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국토의 5.5%에 달하는 그린벨트는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도시확장을 막으려는 의도로 박정희 정권 당시 만들어졌으나 시행단계부터 졸속으로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다.

애초에 그린벨트 지정시 직접 실사를 한것이 아니라 5만분의 1지도에서 지역을 나눠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심지어 한집의 반만 그린벨트 지역에 포함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당연히 시행시 거주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생략됐으며 보상문제는 제대로 거론되지 못했다.

서울대 이정전 교수(환경계획과)는“그린벨트 내 거주민은 엄격한 규제로 인해서 땅의 용도변경은 커녕 집조차 개축할 수 없었다”며 “그린벨트 내 지역의 땅값이 그 외 지역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미치게 되자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그린벨트지역 완화라는 요구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요구 속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개발’과‘보존’에 대한 마찰은 일면 당연하게 보인다.

그린벨트 지역이 정부의 일방적 계획인데 반해 그 관리비를 지방자치단테에서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민들의 요구에 민감한 그들에게 그린벨트는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그린벨트지역의 땅 소유주를 살펴보면 71년도 이전부터 거주해온 원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장래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헐값에 이지역의 땅을 매입해 둔 외지인들이 상당수 차지(시흥시의 영우 임야는 64.9%, 농경지는 60.6%가 외지인 소유)하고 있고 그들의 압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점이 바로 그린벨트 완화를 곧‘제2의 땅투기’등으로 우려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정부 또한 그린벨트 지역을 이용, 그 훼손에 한몫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과천 정부 종합 청사, 안기부 청사 등 상당수의 정부 공공건물이 지가보상 등을 문제삼아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그린벨트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받고 있다.

이렇듯 정부와 지역주민의 팽팽한 대립속에서‘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린벨트문제에 대한 해결점은 과연 없는가. 이에 대해 성신여대 권용우 교수(지리학과)는 몇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시민·환경단체, 원주민,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이 망라된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통해 해제와 규제의 두 간극을 좁힐 것, 둘째 엄정한 실사작업을 실시할 것, 셋재 환경세를 신설할 것 등이다.

환경세 부분에 대해 권교수는“그린벨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전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분별한 해제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이라며“더이상 국민들은‘그린벨트의 취지가 좋은 것이니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71년 이전부터 살아온 주민들의 권익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그린벨트 지역을 국유지로 사들여 생태환경벨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개발의 패러다임이 경제개발의 논리로 전환돼 환경보존의 원칙이 제대로 서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환경을 지키느냐, 발전을 하느냐’라는 양분적 사고 방식이 아니라‘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이라는 친환경 정책으로 사고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환경단체들은 말한다.

선거때마다 이슈로 떠올랐다가 선거가 끝나면 지역민을 제외하고는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그린벨트는 주민들에겐 커다란 혹이요, 일반 국민들에게는 단순히‘있으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린벨트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을 것인가. 지난 25년간 계속 반복되어온 그린벨트 문제에 대한 칼자루는 단순히 정부나 지역민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가 단지 이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한 이상, 국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관심이 바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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