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길 선생님. 자애로우시고 태산같은 우리 선생님. 선생님 앞에 이화여자대학교는 삼가 추념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은 선생님을 더 풍성한 생명의 길로 보내드리는 날입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치신 이화의 딸들과 모든 식구들이 여기 온 정성을 다하여 선생님께 절절한 인사를 올립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운명하심을 지키면서 편안히 눈감으신 선생님의 그 모습에서 이화의 모든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거룩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고귀한 순간을 경험했으며 가장 절절한 마음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자애와 원칙, 화평과 영원으로 표상되시는 어른이셨고 베품과 헌신의 스승이셨기에 우리들 모두는 주체하기 힘든 슬픔에 한순간 텅빈 마음을 어쩔 수 없었지만 이내 당신의 그 깊음으로 채워 단단하고 의연하게 이 순간을 맞이할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김옥길 선생님, 선생님은 참으로 위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베푸셨던 그 사랑을 그 어떤 사람이 흉내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선생님은 가장 소박하고 평범한것에서 가장 훌륭한 결단을 내리셨던 어른이셨습니다.

온나라의 사람들이 이 바람 저 소리에 휘몰려 방황할때에도 선생님만은 반석 같으신 당신의 그 의지 하나로 당당하게 『사랑하고 충성할 조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나님께 기도함을 저희에게 보이셨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선생님, 당신은 결코 무너질수 없는 사랑의 거룩한 실체였습니다.

더 할 수 없는 포옹으로 당신의 그 가슴속에 모든 사람을 품어 안으셨습니다.

기회 있을적 마다 사람은 모두 저 나람의 능력이 있고 , 쓰임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각 사람의 결단 요구에 응답하는 행동이 바로 올바른 사랑의 실천이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늘진 사람들에게 왼손도 모르게 위로와 넉넉함을 베푸신, 없는자와 약한자의 이웃이셨습니다.

잔치를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해마다 오월 창립기념일이면 선생님께서 직접 마련하신 냉면을 가장 밑에서 힘들게 일을 맡으신 사람으로부터 먼저 잡수시게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대접하셨습니다.

손수 그릇을 들고 다니시면서 더 먹으라고 먹으라고 권유하시고, 있는 것이면 누구에게도 더 집어주시던, 내것이 없는 그 인간애 그 정념을 저희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옥길 선생님, 선생님은 영생을 믿으시고 하나님의 진리를 체득하신 참 신앙인이셨습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받아들이셨고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모두 하나님꼐로 이어지는 길음을 확신하셨기에 당신의 무척 힘든 병고도 항상 담담하게 맞이하셨습니다.

선생님 병상 곁에 있었던 저희 제자들또한 뭇사람들을 오히려 여유와 웃음으로 슬픔을 달래 주셨습니다.

깊은 병상에서도 끝네 그 유명하고 특유한 해학으로 우리의 저린 마음을 헤쳐놓게 하시고 미소로 우리의 눈물을 씻어주셨습니다.

또한 이화의 젊은이들에게 가눌수 없는 몸으로 당신의 기력을 다하시어 약속을 지켜야 함을 몸소 가르쳐주셨고 이화사랑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겨레 섬김의 정열로 당신의 청춘과 생애를 다 바치셨습니다.

민족과 조국이 당신을 필요로 하였을때 교육과 여성에 대한 애정, 그리고 조국애로 순간순간 마다 하나님 뜻을 따라 멈춤이 없는 행함으로 겨레를 안으시고 영원한 이화를 낳으셨습니다.

실로 당신은 이화의 큰스승이셨고 겨레의 어머니셨습니다.

선생님, 당신을 추모하는 그 많은 기억들을 어떻게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다만 이화의 교정 곳곳에서 민족 하늘 아래서 선생님의 그 따사로운 손길을 영우너히 느낄수 있기 때문에, 또한 이화인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당신의 그 호방하고 우렁찬 말씀을 길이 간직할 수 있기 때문 에 우리 모두는 이제 선생님을 기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환송하여 드리려고 합니다.

당당하고 인자하신 우리 선생님, 범속을 넘어 소탈하신 우리 선생님, 위대한 이화의 스승이셨고 민족의 어머니신 선생님, 영원한 우리의 스승 김옥길 선생님, 이제 하나님 품속에서 영생하소서. 길이 평안하소서. 1990년 8월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정의숙은 삼가 모든 이화인의 마음을 담아 이 인사를 당신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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