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 연극제, 재정적 한계 속에서 개성적 연출 시도

지난 5일(화) 연극 ‘모로코 사람에게로 가기’가 공연되고 있는 소극장 ‘혜화동 1번지’앞 골목은 공연시작 30분전부터 인파가 밀려들었다.

입장이 시작된 후, 40명 정원인 소극장 안은 무대 앞에 임시 관람석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관객들이 꽉 들어찼다.

대학로 소극장 골목과는 떨어져 있는 이곳 ‘혜화동 1번지’에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는 무엇일까? 28일(목)까지 소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열리는 ‘제1회 비포장 연극제’가 이 ‘사태’의 원인이다.

지난 12월15일∼1월17일 한성대 입구에 위치한 원형무대 소극장에서 열렸던 이 연극제는 이번에 대학로에서 두번째 막을 올린다.

상업적 연극을 지양한다는 이번 연극제는 ‘꾸며지지 않은 연극’을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연극제를 주도한 연출가 홍인표씨는 “장식없는 소박한 무대, 배우들의 연기가 살아있는 ‘연극적’인 연극을 하고 싶어 네 극단이 뭉쳤다”고 기획의도를 전한다.

연극제에 참여하는 네 극단의 연극은 ‘모로코 사람에게로 가기’·‘싸리타’·‘팔리아치’·‘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사랑’이다.

이들은 4명의 연출가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각각의 원작을 재창조한 작품들로 색깔이 분명하다.

첫번째 연극 ‘모로코 사람에게로 가기’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 배신 그리고 우정을 다룬 평이한 내용이다.

그러나 막이 오른 후, 배우들은 총격신이나 노출도 서슴지 않고 과장되지 않은 애드 리브로 관객들을 웃기기도 한다.

연출가 최범순씨는 “비포장을 ‘솔직함’으로 해석해 극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극단 원형무대의 ‘싸리타’는 한 여인이 겪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다룬 흔한 소재지만 반연극 반뮤지컬인 ‘세미뮤지컬’ 형식을 통해 연극적 재미를 살리고 있다.

또한 서울 연극 앙상블의 ‘팔리아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원작을 소극장에 걸맞는 락오페라로 재구성해 원작과는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마지막 작품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사랑’은 원작 뿐만 아니라 연출가 임형수씨의 자작품까지 더해 두 에피소드가 혼합된 옴니버스 연극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번 연극제 참여작들이 다른 연극들에 비해 두드러진 이유는 4편 모두 300만원 안팎의 초저예산으로 공연된다는 점이다.

현재 수천만원에서 수억이 드는 초대형 고예산 연극이 많아지는 경향과는 뚜렷이 차별된다.

재정적 여건때문에 ‘벌거벗을 수밖에 없는’ 연극들이지만 작품성보다 상업성이 우선시되는 상황을 탈피하려는 시도다.

연출가 홍인표씨는 “가난한 연극이기 때문에 남는 것은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배우들의 연기”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세심한 무대장치와 어색한 액세서리 연기를 벗어던진 배우들은 비포장 연극제의 매력이다.

‘거품’을 뺀 비포장 연극제는 이번 공연과 같은 성격으로 내년 하반기에 ‘제2회’로 이어질 예정이다.

휘황찬란한 무대와 스타 배우들에게 식상해 있다면 한번쯤 ‘비포장’된 연극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송이 기자 songyi23@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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