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단편독립영화제’, 뮤직 비디오·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장르 선보여

어머니와 할머니, 나의 이야기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장희선 감독의 단편 영화 ‘고추말리기’와 류승완이라는 무명의 신인감독을 스타로 만들며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수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공통점은? 바로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해 관객의 인정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제27회 한국단편독립영화제’가 12월1일(토)∼9일(일) 동숭아트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단편독립영화제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는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의 평을 객관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으로, 관객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다양한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조영각 사무국장은 “25회까지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도하는 시상식 위주의 영화제였지만 행사의 권한이 사무국으로 넘어오면서 독립성을 가지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이번 영화제가 지니는 특별한 의미를 강조한다.

기존 주류 영화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영화, 넌 이제 죽었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상영작이 100편, 엄선된 경쟁작 단편 22편과 중·장편의 영화들로 커진 규모에서도 이전의 영화제와 차별화된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영화도 함께 상영해 인디영화 매니아와 일반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 준다.

인디뮤직비디오 초청전에서는 음악 이외의 영상면에서 실험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12편의 뮤직비디오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또한 ‘칼라큘라’·‘등대지기’ 등 11편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인디애니 초청’도 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작들이다.

이외에도 ‘선댄스 역대 수상작 모음’과 ‘뉴욕에서 온 단편들’은 쉽게 볼 수 없었던 해외 단편영화의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의 수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단편영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은 현실은 독립영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조영각 사무국장도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하는 시스템도 미흡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로 독립영화계 현실은 열악하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자본의 논리가 잠식한 극장가에서 근본적으로 독립영화가 관객의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스크린 수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배급망 보장이 절실하다”며 “이런 일들이 먼저 이뤄져야 단편영화의 재생산이 가능해져 영화계의 다양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전한다.

한쪽에서는 ‘조폭마누라’와 ‘킬러들의 수다’가 몇백만 관객 동원이라는 화려한 흥행성적을 내세우는 현재, 다른 쪽에서는 ‘고양이를 부탁해’·‘나비’와 같은 수작들이 관객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장편과 독립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대안, 바로 ‘내가 볼 한 편의 독립영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