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공연예술제, 대중성 호평…정체성·선정기준 비판도

지난 24일(수) 오후7시30분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매표소 앞에는 ‘매진’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소극장 공연의 경우 매진되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반해 요즘의 대학로는 공연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바로 재즈·국악·인형극·실험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연극들과 무용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1회 서울공연예술제’가 11월14일(수)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가 통합해 큰 규모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 예술제는 무용부문의 갈라초청공연·우리 옛 춤 한마당·대중춤페스티발과 연극부문의 해외초청작·공식참가작 등 보기만해도 배부를 정도로 풍성하다.

서울공연예술제 사무국 연극기획팀의 손신형씨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공연예술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현재 무료로 운영되는 거리 공연 뿐만 아니라 유료공연들도 매진되는 등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관객이 모이고 있는 축제의 상황을 전한다.

서울공연예술제는 역대 서울공연제와 서울무용제의 수상작을 보여주고 더불어 다채로운 코너와 행사도 진행한다.

특히 30일(화) 문예소극장과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지금까지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던 뮤지컬의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화제의 장면을 재연하는 ‘뮤지컬 속의 춤’이 열려 눈에 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키스 미, 케이트’와 ‘렌트’·‘둘리’·‘록키호러쇼’등으로 ‘뮤지컬 속의 춤’을 구성하는 재미난 시도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또한 지난 20일(토)∼21일(일) 대학로 거리와 마로니에 공원을 뜨겁게 달궜던 ‘바로크 퍼레이드’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음울한 분위기를 프랑스 현지 배우들이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 퍼레이드는 관객 자체가 하나의 무대장치와 오브제·공간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형식을 탈피한 실험이다.

연극평론가인 우리 학교 백현미 강사(국어국문학 전공)는 대중이 직접 거리에서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축제는 연극의 대중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공연되는 작품의 선정기준과 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양여대 김성희 교수(문예창작과)는 “같은 공식참가작이라도 일본 공연팀의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나 이윤택 연출의 ‘시골선비 조남명’같은 작품은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도 같이 상연되고 있다”며 “공연 작품 선정에 있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질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극을 상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백현미씨는 “수적으로 이런 형태의 축제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자생적으로 관객을 확보하고 발전하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며 준비기간이 짧아 정체성 확인과 홍보가 미흡했던 점이 이번 축제의 아쉬움이라고 덧붙인다.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프로젝트들이 얼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국제적 행사로 거듭나려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함께 관객의 따뜻한 시선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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