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성학센터 연구원 김종미씨가 추천하는 책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계곡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보고 있는 노자 사상은 논리적인 언어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듯 전해졌으며 여성적인 운율을 갖고 있다.
그녀가 노자의 사상을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연구하게 된 배경에는 프랑스 여성철학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저서 「시적 언어의 혁명」의 힘이 컸다.
정신분석학에서 철학 등을 넘나들며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사회적인 언어보다 비사회적이고 무의식적인 언어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명성을 가지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기존 언어가 지닌 질서와 무관하면서도 은율적인 특성을 지닌 시는 있음과 없음, 드러냄과 감춤 등의 반대되는 사고의 두 축을 넘나들면서 더 큰 생명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종미씨는 이 책에서 위와 같이 생명력의 충전 상태를 일컫는 코라(chora-자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라는 용어에 주목하며 코라는 바로 노자가 이상적인 공간으로 말한 ‘계곡’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코라(chora), 즉 자궁의 생명력은 ‘비어있음’으로 인해서 새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되고 이 점은 노자 사상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빈 공간인’ 계곡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종미씨가 소개하는 노자가 말하는 계곡과 「시적언어의 혁명」에 나타나는 코라는 세상을 품어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종미씨는 쥴리아 크리스테바의 「시적언어의 혁명」을 통해 오래된 노자의 도덕경에서 새로운 여성의 눈을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