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01을 보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TV 프로그램, 심지어 신문의 자그마한 문구에서도 패러디 됐던 익숙한 작품이다.

누가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 생각할지 모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하지만 극단 까망은 대학로 까망 소극장에서 11월 30일까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01’을 무대에 올려 ‘일그러진 영웅’을 통한 세상비추기에 나선다.

이미 8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 출간이 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삼국지’·‘젊은날의 초상’ 등으로 유명한 작가 이문열의 87년 작이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군사정권의 막바지였던 80년대 권력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황병태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급장’이라는 전형화된 권력과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정세변화에 따라 쉽게 옮겨다니는 인간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엄석대’라는 독재권력과 그에 대응하려는 주인공 ‘황병태’의 도전, 권력에의 굴복과 편입 그리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의 등장 이후에 다가오는 엄석대의 몰락과 급우들의 배신, 몇 년 후 엄석대가 경찰에 끌려가는 비참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엄석대가 수갑을 차고 경찰에게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각색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영화와 연극에서 가장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준 부분이었다.

92년 박종원 감독에 의해 각색됐던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아이들의 배신으로 쫓겨났던 엄석대의 30년후를 보여줌으로써 소설과 다른 완전한 반전을 꿈꾼다.

감독은 군사정권이 막 끝나 부정부패가 만연하던 90년대 사회가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인과율이 통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는 엄석대가 어디선가 또 다른 ‘5학년 2반’이라는 왕국 위에 군림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선생님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엄석대의 이야기를 흘린다.

엄석대를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엄석대가 보내온 화환을 보여줌으로써 엄석대가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암시하는 결말로 영화는 끝난다.

그렇다면 2001년 새롭게 막을 올린 연극은? 매회 앉을 좌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01’은 학교와 교권의 붕괴,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왕따문제를 더해 극의 사회적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소란스러운 특성을 연출하기 위해 연기자에게 장난스럽고 활발한 대사와 움직임을 요구함으로써 공간적인 한계와 극 자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보완했고 현재의 교육현실의 희화화를 강조했다.

연출가 이용우씨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들을 담고 있기에 계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라고 21세기를 열어가는 지금 왜 이 작품이어야 했는지에 대해 말한다.

원작과 영화에서 가장 차이가 컸던 마지막 장면은 엄석대를 행방불명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원작과 영화 두 작품에 대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

신문을 장식하는 아이들의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1세기 버전’의 새로운 소설적 배경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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