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화가 임옥상.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현실의 문제들과 끊임없이 맞서는 사람들이 살아있다.

매향리와 IMF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최근 판문점에 통일을 기원하는 작품을 설치하는 등 사회참여적인 ‘민중미술가’로 알려진 화가 임옥상은 구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오르낭의 장례식’ 을 마음 속에 담고 있다.

그는 “구스타브 쿠르베의 그림 안에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사회를 향한 진실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고 쿠르베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전한다.

구스타브 쿠르베의 고향인 소도시 오르낭을 무대로 평범한 한 농부의 장례식을 그린 ‘오르낭의 장례식’은 1849년 당대 화단에서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불경스런 회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신화나 성서이야기·천재지변이나 기쁨에 가득찬 인간만을 그린 그림들 사이에서 이제껏 화폭에 그릴 수 없던 일상적인 평민들의 생활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훗날 파리 꼬뮌(commune)에 참가하기도 했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는 이와같이 장례식을 찾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모두 실물크기 ‘있는 그대로’ 그림에 등장시키며 이상주의가 팽배한 기존 사회에 대항하고자 했다.

한낱 개인의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화두로 삼은 이 그림은 현실 속 민중의 삶을 그린 최초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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