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시티 2000’은 과연 제2의 비엔날레로 정착할 수 있을까? 최근 50억여원 규모의 투자로 문을 연 전시회‘미디어시티 2000’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디어시티 2000’은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열리는 전시회로 전광판과 지하철 벽에서 펼쳐지는‘시티비젼’을 비롯, 경희궁 공원 등에서 열리고 있다.

ㅓ울을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키워보겠다는 잔신만만한 취지 아래 시작했던 이‘미디어시티 2000’이 그러나 관객에게 외면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만원’이었던 입장료가‘4천원’으로 내려가는 등, 외국인의 무관심은 물론이거니와 대중적 호응도 얻지 못하고, 내용에 있어서도 평단에게 외면받고 있다.

결국 당초 10월31일(화)에 막을 내리기로 되어있던 전시회는 적자를 메꾸기 위한 연잔 전시에 들어가게 됐다.

“관료적 문화정책이 낳은 실패작”이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영상원)의 말처럼‘미디어시티 2000’의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문화정책 운영의 부실을 그래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심광현 교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서울시의 관료들이 만들어낸 기획악으로 출발해, 나중에 전문가에게 청탁해 운영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한다.

그래서일까?‘미디어시티 2000’의 총감독인 성신여대 송미숙 교수(서양미술사 전공)는“조직위원회 사람들 대부분이 서울시 의원인만큼 전문적 시각이 늘 아쉬웠다”고 밝힌다.

‘미디어 트’의 전문가가 부재한 현실에서 그저‘미술사학자’나‘기술자’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한 만큼‘미디어시티 2000’은 시작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베니스와 일본의 비엔날레가 4∼6년 동안 준비했던 것에 비해, 1년 반이라는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행사를 준비한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진행과정을 겪었던 만큼‘미디어시티 2000’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지적을 받는다.

문화비평가 한정수씨는“초대작들이 미적 설득력이 적고 대중을 위한 배려조차 없어 예술적 전당대회같다”는 혹평을 퍼부었다.

우리 학교 장동훈 교수(정보디자인 전공) 역시,“국내 작가의 참여가 미비해 남의 잔치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옛날 작품이 많았다”고 말한다.

심광현 교수는“이러한 국내작가의 미비역시, 서울시의 운영방식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국내 작가들을 지원해주고 시간 여유를 주어서 작품을 새로이 내놓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놓고 남는 자리를 국내 작품으로 메꾸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것, 홍보 부족으로 변명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가 존재했, 홍보 부족 역시 그만큼 프로그램이 급하게 만들어지고 늦게 나왔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미디어시티 2000’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의 문화 정책이 보여줬던 시행착오를 그래도 보여주는 만큼 더욱 아쉬움이 크다.

「디자인 문화비평」의 김민수씨는“지금 현재 건축도 못하면서 계속 질질 끌고 있는 밀레니엄 조형물‘천년의 문’이나, 이름만 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 많은 축제와 문화 행사들과 같이‘보여주기식’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가”라고 아쉬워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획부터 영화인들이 준비, 모든 운영을 영화인들이 직접하고 시는 이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관’위주의 문화적 마인드가 배제된 행사들 숙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절차와 부실한 내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50억원’이라는 예산을 실패로 날리게 된 ‘미디어시티 2000’의 모습은 문화 정책과 기획에 있어 제대로 된 주체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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