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난타’,‘모스키토’…,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돼버린 장기공연작들, 최근 연극계에도 장기공연 연극들의 공연이 풍성하다.

그동안 관객난에 시달리던 연극계에게 이러한‘장기공연 연극’들이 자극제가 될수 있을까? 배우이자 연극기왁자인 정재진씨는“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녹여내는 스타일의 극이 요즘 인기인 것같다”고 말하면서 최근 장기공연 연극의 경향을 분석한다.

소위 이러한 장기공연 연극 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극단‘학전’표 연극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는 것. 정재진씨는“대중성과 내용,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획력과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우리 학교 정우숙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최근의 장기공연 연극들이 대부분“뮤지컬”장르에 국한됐다는 사실로 흐름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제 관객들을 몇번씩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것은 연극보다는 오히려 유명 배우의 노래나 주제가인 경우가 더 많다”며“여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멜로적 요소,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구성방식이 요즘 장기공연 연극들의 어떤 흐름인 것같다”고 덧붙인다.

결국 내용을 담는 방식의 문제가 연극계가 최근 껴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공연 연극들의 방식이 꼭 새로운 문화 상품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뮤지컬‘의형제’의 기획자 이양희씨는“소위 흥행한 장기공연 연극들이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형편에서 흥행으로 장기공연을 하기보다는 일단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장기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그동안 장기공연 연극들의 이름 자체가 일종의 거품인만큼 어떤 대안을 찾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장기공연 연극의 성공이 그동안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우리들의 눈에 비칠 수 있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정재진씨 역시,“‘스타’에 치중하거나 비슷한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갖는 고질적 매너리즘을 역시 흥행 연극들이 동시에 안고 있다”면서 이것이 어쩌면 새로운‘참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이미 몇몇 연극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공연 연극은 이처럼‘흥행 성공작’인 동시에, 우리 연극계의 고질적 풍토로 인해 어쩔수 없이 생겨난 결과물이기도 하며 우리 연극계가 보여주는 매너리즘을 그대로 껴안은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솔직히‘의형제’를 둘러싼 화제도 실제에 비해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는 이양희씨의 고백처럼 우리곁을 따라붙는 숱한 장기공연 연극작품들의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 연극의 안타까운 척박함 속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결국 장기공연 연극들이 진정 우리 대학로 연극의 레퍼토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결국 몇몇 연극의 선전과 이에 따른 유행이 아닌, 연극 전체 풍토의 변화라는 뻔한 결론으로 도달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