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어깨가 넓으면 안되며, 어깨의 선이 부드러워야 한다(20도 각도가 이상적), 넓적다리 상부의 앞 뒷모양이 벌어져 있지 않나, 다리선(쪽 곧은가)의 탄력성(근육이 보이면 안됨)……얼굴 30점, 상체 20점, 하체 20점, 전체 피부색·균형·교양미 30점으로 과학적으로(?) 계량화한 미스코리아 대회의 미인 선발기준이다.

여성운동가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여성을 획일화·표준화시키고 성 상품화, 성희롱을 부추기는 육체를 둘러싼 권력 행사라는 미인대회, 미스코리아 대회의 유명세만큼 그 오명은 크고 그에 대한 반대 시위도 심심찮케 있어왔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저널「이프」가 주최한 15일(토) 문화일보홀에서 열린‘안티(anti) 미스코리아 페스티발’은 다르다.

상투적이지 않았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웃고, 뒤집고, 놀면서’벌인 한판.‘못생긴 페미니스트들이 예쁜 여자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으로 유난히 극성맞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 를 받기 쉬운 이 자리는 지금까지의 반대 행사들처럼 위압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여성의 해방을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를 반대하는 것처럼 이번 행사 자체가‘여성들의, 여성들을 의한, 여성들을 위한’자리였다.

페미니즘 글쓰기를 시도한 버지니아 울프의 글처럼 행사 자체가 페미니즘적이었다.

노래, 춤, 퍼포먼스, 자기 주장, 영상물 등 참가자들은 자신을 표현하며 서로의 경쟁이 아닌 참가자 전원이 즐기는 축제로 이끌었다.

「낮은 목소리」에 출연했던 일본군 위안부 김순덕 할머니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여자를 홀랑 벗겨 놓는 것을 보면 안됐다”고 말한다.

89세의 박복련 할머니도 이 대회에서는 나와 다른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한다.

장애인 여성은 육체만으로 여성의 미를 평가하려는 것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제기 하며‘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자’고 한다.

그러나 미스코리아 대회라는 것은 일종의 상징일 뿐 결국 이들이 폭파하려는 것은 이제껏 여자들을 억압해온 가부장제였다.

한의사 고은광순씨는 전통적 여성상을 깨고 자신을 찾아가는 상황을 그린 개량 민요‘가요 가요 나는 가요’를 부르며 5천년동안 여자들을 억압해온 호주제 폐지를 주장했다.

GOD의 노래 어머님께를 패러디해‘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을 보르기도 한다.

가부장제 귀신에 대한 원한 살풀이를 하며 이제껏 순종적으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은 강요된 선택임을 주장하는 작가 이하천씨. 외국인 참가자 트리샤와 미라는 무책임한 남성중심 시각을 가진 언론의 횡포와 대중의 익명성을 무기로 온 국민의 관음증으로 짓밟힌 오현경씨에게 보내는 편지“내가 당신일 수도 있어요”를 낭송하며 자신을 빼앗기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외친다.

미인대회를 폭파하라는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미인은 억압과 차별에 당당히 저항하는 모습이다.

이번 행사의 심사위원이 아닌 격려이원장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회 대표)는 자기 삶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갖춘 주체성, 남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며 협동하는 여성주의적 세계관, 자기일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는 독립심, 이 시대 속에서 사회와 교류하며 자기 몫을 제대로 들어올리는 관계성, 인간이 지닌 미를 수치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제각기 지니고 태어난 본래 아름다움을 갖는 것이 진정한 미인이 아닐까라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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