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연극의 선구자로 꼽히는 독일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베를톨트 브레히드(1898~1956)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독문학계·연극계·출판게에서 브레히트에 대한 재평가 및 각종 기념 행사가 풍성히 개최되고 있다.

일련의 행사로 독문과에서 주최한 브레히트와 영화 이론에 대한 특강이 20일(금) 학관 301호에서 원광대 윤시향 교수의 ‘브레이트와 필름’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특강에서는 브레히트의 영화와 관련한 기본적인 이혼을 살펴본 후, 그것이 적용된 비디오 상영을 통해 그 이론을 확인해 보았다.

영화에 대한 그의 이론적 논술은 영화미학이나 이론에 대한 고찰 대신에 법, 예술, 경제적 하부구조 사이의 검토로 이뤄졌다.

자본주의 사회의 하부 구조는 개인의 권리나 예술의 편이 아니라 현존하는 경제체제 및 돈을 대는 쪽으로 봉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정리한 영화에 대한 명제는 몇 가지 개념에 대한 반박으로 구성된다.

그 첫째는 ‘영화는 예술을 필요로 한다’는 개념. 여기서의 예술은 영화의 상품적 특성을 감추기 위해 끌어들인 수단에 불과하며 현실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 진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자본주의 현실에서 영화는 일종의 생산물이자 상품이며 경제적 교환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다음 ‘영화에서 인간적인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한다’에 대한 반박으로 영화로 각색되는 부르주아 연극이나 소설의 휴머니즘적 심리를 비판한다.

그는 영화가 진실로 요구하는 것은 내면적인 심리가 아니라 외면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며, 이에 따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영화를 중요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내용적으로는 보수적이면서, 형식적으로는 진보적일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한 반박으로 혁명적인 영화는 내용은 물론 형식도 혁명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쿨레 밤페」는 브레히트가 처음부터 모든 단계에 직접 참여했던 유일한 영화로 부르주아적 예술기구를 사용하면서도 자본주의에 덜 지배받는 새로운 중개방식을 원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독일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유성 영화인 이 영화에 출연한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좌익 집단 출신인 아마추어,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뵈니케 가족의 ‘운명’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반응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함축성있고 감상적지 않은 장면을 사용해 실업자의 고달픔을 보여주며, 한 젊은이의 직장을 구하려는 처절하고 헛된 노력, 소시만화돼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한 노동자 가정에서의 끔찍한 가난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슬퍼하고 호소하는 분위기들을 일체 절제하고, 사실과 정황만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들은 “아름답게 치장, 남을 해치지 않는 ”영화 에 머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검열관들은 「쿨레 바페」가 사용한 예술적 방법의 정치적 의미를 평론가보다 분명히 인식했다.

공산주의적인 이 영화의 위험성은 이 영화의 경향이 “거칠고 과격하지 않은데”있다고 파악, 그것이 관객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 상영 금치 조처를 취했다.

즉, 이 작품은 당시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의식을 조장하는 허위, 관객의 현실의 모순과 위험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영화들에 대한 브레히트의 혁명적 대답인 것이다.

브레히트는 예술작품의 형식은 그 내용과 마찬가지고 중요한 정치적인 의미를 간직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형화’된 배우와 등장 인물의 사용 그리고 ‘생소화 효과’를 제안했다.

특히 ‘생소화 효과’는 의심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게 해 관객의 능동성을 유발한다.

이런 그의 영화적 견해는 러시아의 에이젠슈테인에서 프랑스 누벨 바그의 고다르로 이어지는 영화적 전통과 공통적으로 환상주의에 대한 적대의식을 갖고 있다.

환상주의란 개인의 경험을 심리적으로 통찰하려는 의도를 지닌 예술적 양식으로 지성보다 정서에 호소, 나타나는 사건들 속에 수동적 방식으로 관객들이 감정이입될 것을 요구하낟. 각장면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연결해 표현매체가 중립적으로 고유한 관점을 갖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고 있어 관객은 관람 중에 쉽게 감정을 전이시키는 것이다.

환상주의에 대한 부레히트의 반감에는, 감정이란 사적이며 제한된 것인 반면 이성은 매우 포괄적이고 믿을 만한 것이라는 견해가 뒷받침 한다.

그의 서사극 이론은 환상주의 법칙에 대한 반대명제로, 전통적인 극예술의 개인주의적 초점을 대체하고 지적활동이 정서적 연관을 대신하게 되며 관객은 예술작품의 수용자가 아니라 공동창작자로 바뀌게 된다.

즉 브레히트 영화의 목적은 지성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고, 관객이 영화의 영상과 소리에서 어떻게 그 담론이 생성되는가를 관찰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압바스 키에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아마추어 연기자를 시켜 영화를 찍는데 신혼부부로 나오는 남녀의 현실적 관계가 미묘하게 얽혀 있다.

그의 전작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그리고 삶은 지속된다"에 등장했던 두 소년의 계속적인 등장은 "인물의 전형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또 영화 촬영이 주요 줄거리인 특징상 아마추어 배우를 기용했기 때문에 영화 도중 엔지가 많이 발생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줘 영화 보는 사실을 끓임없이 인지시키는 "생소화 효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시킨다.

샐리 포터 감독의 "올란도"는 "현실은 변하므로, 그것을 표상하기 위해서 재현양식도 변해야만 한다"는 브레히트의 예수로간이 영향을 미친 페미니즘 영화다.

페미니즘 영화는 그 내용 자체가 기존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화 매체에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투사시키고 있다.

영화 "올란도"는 그 형식적인 면을 볼 때, 연극의 막 장치를 도입해 "거리화 효과"방식을 취한다.

영화의 처음 숏과 마지막 시퀀스에 돌리는 사운드 개입으로 주인공이 시대가 바뀌면서 성이 빠뀔 때 연극의 막의 효과ㅡㄹㄹ 준다.

이런 사운드의 개입은 관객이 지금 현실이 아닌 영화를 보고 잇다는 걸 인식하게 해 3차원적 허상의 영화가 아닌 현실과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는 영화임을 환기시킨다.

영화 이미지의 거리두기의 또 다른 수법은 무비 카메라 사용이다.

맨 마지막 시퀀스에서 올란도의 딸이 찍고 있는 무비 카ㅏ메라는 영화적 장치를 드러내고 영화 필름과무비 카메라 필름사으이 전혀 다른 질감을 노출시켜 중므로써 과거의 올란도와 그녀가 살아간 시대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표시로 등장한다.

또 영화상에서 두드지는 것은 올란도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으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도록 하는, 상상계와 상징계를 꿰메주는 "봉합"을 뜯어 놓는 장치로 관객이 영화를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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