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의 대화방에서“컴섹 어때요?”,“야한 얘기 안하실래요?”라며 종종 기습적으로 다가오는 익명의 성폭력들. 화끈한(?) 누드의 여자사진들로 끊임없이 유혹하는 각종 사이트들. 사이버 공간을 점령한 것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시선 뿐이다.

이런 사이버공간에서 최초의 페미니즘 웹진「달나라 딸세포」를 만들어가는 여해그림. 7월 창간준비호를 시작, 9월에 창간해 지금은 3호 준비에 정신이 없는 여해그림의 편집회의 시간에 찾아가봤다.

여해그림은‘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어하는 젊은 페미니스트 모임이다.

서울대 내의‘관악여성모임’에서 출발해 여성운동을 사회에서도 이어나가고자 73년 결성, 지금은‘딸됨의 정치학’을 공유하는 타대 출신의 사람들도 합류해 10여명의 사람들도 합류해 10여명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들을 묶어주는‘딸됨의 정치학’에 대해 편집장 노수경씨는“저희는 여성이라는 집단 내에 존재하는 헤아릴 수 없는 차이를 무시하고 그저‘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세대, 우리와 같은 문화적 코드를 가진 젊은 여성에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가부장적 부자관계에서 소외되고, 부모세대와 대립되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딸’의 존재입니다.

이러한 세대의식을 기반으로 딸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찾아내 새로운 대안적 주체를 구성해 내고자 하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단체 구성, 잡지 출판, 강연회 개최 등 목표를 크게 잡았지만 시간 및 자금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며 학교내에서 생각하던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찾아낸 것이 웹집. 값싸게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웹서핑조차 익숙피 않았던 이들이 하나식 배워가면서 산고 끝에 내놓은「달나라 딸세포」. 이들은 매주 일요일 편집회의를 통해 주제도 잡고 필자도 선정한다.

‘회의’지만 절대 딱딱하지 않다.

웹진구성이 주된 활동이지만 정기 모임은 일상속에서‘딸됨’의 아픔을 공유하는 20대 젊은이들의 생활과 페미니즘의 이상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편집회의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달나라 딸세포」도 자연스럽게 삶의 얘기에서부터 문제의식을 끌어내는 모임을 닮아 자유로운 분위기다.

신딸기·이난다 등 재기발랄한 필명등, 반말투도 섞인 격식을 차리지 않는 문체, 엄정화와 핑클·순정 만화‘풀하우스’도 이들에게는 충분히 휼륭한 소재인 것이다.

의도하지 않고 시작한 웹진이지만 그것은 여성운동의 대안매체 역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소외 혹은 대상화에 그친 여성들을 위한 주체적 영역을 구축하는 성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억압의 원인을 단순히 가부장제의 성적 차이로만 상정해 여서들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지역 등의 수많은 차이를 무시하는 기존 페미니즘에 반대, 제1세대 여성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틈새’를 메꾸려는 이들의 목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웹진을 직접 찾아올만큼 능동적이고 교육수준이 높은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나라 딸세포」의 최대 인기란‘즐거운 성생활’에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엄마 페미니스트들은 어쩜 거부감을 가질지도 …… ‘여해그림’,‘달나라 딸세포’. 각 단어들이 제시하는 모호하고 다의적인 의미와 이미지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그 여지만큼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들의 이상을 위해“끊임없이 협의하는, 계속해서 협의중인”여해그림. 그들을 통해 이 시대 딸들이 하는 운동의 풍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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